3월은 있잖아. 참 신비롭지.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봄이 살짝 고개를 내밀다가도, 어느새 다시 겨울이 성큼 돌아와 눈이 펑펑 쏟아지고, 맑고 쾌청한 하늘 아래에서 한숨 돌릴 만하면 갑자기 탁한 공기가 밀려와 숨을 한번 참게 만드는 변덕스러운 계절이잖아. 그 변덕이 내게도 옮아온 걸까. 길었던 겨울을 버텼으니 이제 좋은 일만 가득할 거라 믿다가도 메마른 가지에서 꽃들이 안간힘을 쓰며 움트려 애쓰는 모습처럼 나 역시 인내하며 견뎌내야만 할 때가 있어. 가끔은 요동치는 마음을 안고 사는 게 버겁지만, 그 덕에 살아 있음을 실감하고 다가올 따스한 봄을 기다리며 설레는 요즘이야.
그동안 나는 책 한 권을 마무리하고 사람들과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어. 그날을 위해 오랜 시간 애쓰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아왔지. 그런데 말이야. 이상하게도 나는 꼭 그렇게 애정을 쏟은 일을 끝마치고 나면 한동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에 휩싸이곤 해. 그래서 그동안 책 읽는 일에도 소홀했고 네게 편지 한 글자 적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지 뭐야. 기대했던 모든 일엔 마지막이 존재할 텐데 정작 내게는 너무 거창하고 무겁게 느껴져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때가 있지. 유난히 좋았던 여행이 끝나고 나서 집에 돌아온 후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잊은 채로 한참을 지낸 적이 있었고, 오롯이 그 세계에 빠져 지냈던 글을 완결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기도 했어. 마치 정체된 시간 속에 갇힌 사람처럼, 쓰던 글을 떠나보내는 방법이 뭐였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이 허전한 기분이 싫어서 소중히 여기던 이야기의 결말을 짓지 않고 영원히 남겨둔 적도 꽤 잦은걸.
다른 세상으로 훌쩍 떠났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길, 그 길이 예전보다 짧았으면 좋겠어서 마음에 지름길을 하나 내고 싶어. 그 길이 짧아지려면 무언가를 끝맺는 일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야겠지. 어떤 것들은 떠나보내고 나서 더욱 빛나며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어떤 일이든 완성되는 시점에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충만함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기를. 손에 잔뜩 힘을 주고 움켜쥔 것들을 놓을 줄 알아야 나 또한 무사히 종착지에게 도달할 수 있을 거야. 결국 써야 할 이야기를 쏟아내고,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고, 해야만 하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 아껴두고 미뤄봐도 결국 소중했던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끝이 나게 마련일 거야. 그 끝이 성취든, 여정의 끝자락이든, 이별이든 간에.
그렇게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마음에도 경험과 힘이 필요할 거야. 끝이라는 지점을 반복해서 겪어내고 멈춰 있어야만 했던 나날들은, 결국 더 단단해지기 위한 시간이었다는 걸 느리게 깨달아가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게 점점 행복한 순간에 더욱 감사하고 힘든 순간은 담담히 넘길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거야. 맘에 들지 않는 결말을 맞닥뜨리더라도 마음껏 아파하고 보내주고 나서 결국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그런 힘을 기르기 위해 지금껏 버텨온 거라고 누군가 내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게 너일 거라 믿어.
그 시절의 너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있겠지? 얼마나 단단해졌을까 궁금하면서도, 그 말은 곧 그동안 네가 수많은 이별과 고통을 겪었다는 증거일까 봐 조금은 안쓰러워지기도 해.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 난 네가 되기 위해 또 한 걸음씩 겪어나갈게.
2025년 3월의 봄,
네 친구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