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껏 행복해지기

by 가은

드디어 우리가 사랑하는 봄이야. 산들바람에 달달한 꽃향기가 묻어있는 이 계절을 겨울 내내 기다려왔잖아. 금세 펴고 지는 꽃들이 아쉬워서 그 새하얀 풍경을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담고 싶고, 봄밤이 되면 누군가의 손을 잡고 무작정 길을 나서고 싶어질 만큼 설레는 마음이야. 유난히 눈부시고 청명한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되는 나날들. 그렇게 우리의 4월이 왔어. 드디어 기다렸던 이 계절이 왔어.


요즘의 나는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 처음으로 헬스장에 가서 PT를 시작했고 매번 내 한계를 마주하며 새삼 놀라곤 해. 체력을 키우기 위해 선생님 조언대로 매일 조금씩 뛰어보기로 결심했고, 오늘은 봄을 온전히 누리고 싶어서 집 근처 공원에 가서 혼자 조용히 달렸어. 그런데 있잖아. 뛰는 내내 적당히 기분 좋게 살랑이는 바람과 요즘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순간이 벅차게 행복하지 뭐야. 그리고 문득, 나는 이렇게 소소한 순간에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인데, 왜 그토록 조급하게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왔던 걸까?라는 물음표가 마음속에 띄워졌지.


그동안 말이야. 꿈꿔오던 것들을 두 손 가득 쟁취하기 위해 내내 달려온 것만 같아. 성공도, 건강도, 사랑도, 사람들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막상 쥐게 되면 언젠가 모래처럼 스르르 두 손가락 사이로 흘러 사라질까 봐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어. 이토록 곱고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면 어쩌지, 봄날의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다가도 금세 흩날리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이 자꾸 나를 움츠리게 만들었어. 오랫동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명분으로, 더 많이 이루고 싶다는 욕심으로, 내 곁의 작고 선명한 행복을 자꾸 뒤로 미뤄두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직 인생의 초여름을 겨우 지나고 있으면서도 왜 그렇게 서둘러 어른이 되려고 했을까.


나만이 간직하고 있을 아름다움, 사랑스러움을 외면한 채 자꾸만 부족한 구석만 들여다보았던 지난 나날들. 타인의 시선, 사회가 던지는 숙제들을 너무 성실히 해내느라 정작 나를 놓치고 있었던 시간들. 그것들을 지나 오늘, 달리는 발끝 너머로 반짝이던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다 마음속으로 다짐했어. 힘껏 행복할 거야. 현재를 온 마음으로 즐길 거야. 조금 잃고 조금 늦어도 어때? 나 자신을 누구보다 아껴주며 좋은 순간들을 선물할 거야. 나보다 나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마음을 열고 행복 센서를 잔뜩 올리겠어! 소소한 순간에도 기필코 거창하게 행복해주겠어. 그런 결심을 하며 집에 돌아왔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네가 되었을 때 행복한 기억을 한 아름 안겨주고 싶어. 사랑한다는 건 웃게 하고 싶은 마음일 테니까. 작년에 건강을 잃었었지만 기적처럼 다시 이렇게 달리고 있는 것처럼, 회사를 옮기던 시절에는 하루하루가 걱정이었지만 결국 꿋꿋하게 해내고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마침내 다 잘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마음 한편에 두고 당장의 행복을 즐기자. 내일부턴 나 자신을 부서지도록 힘껏 안아주고 다독여주며 행복해질 거야. 언제나 나를 가장 애틋하게 바라보는 사람일 네 앞에서 다짐할게. 그 시절의 너도 소소히 힘껏 행복하기를.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하는 친구가,
이 아름다운 봄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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