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네게 편지를 써. 그동안 날씨가 너무도 환상적이라 집에 잘 머물지 않고 바깥에서 봄내음을 맡기 바빴거든. 나무에 꽃이 진 자리엔 푸른 잎사귀들이 고개를 내밀며 거리는 금세 초록으로 물들었지. 한차례 봄비가 다녀간 뒤 싱그러운 공기가 온 세상에 봄을 알렸어. 그리고 내게도 말을 걸었지. 봄은 무언가를 시작하는 계절이니, 당신도 새 마음으로 스스로를 더 사랑하는 건 어떤가요. 달콤한 그 속삭임에 고개를 끄덕였어. 그래서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을 사랑해주고 있어. 좋은 음식을 먹고, 잘 자고, 매일 책을 읽고 운동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아껴주고 있지.
이런 삶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지난 방황이 있었기에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나를 알아간다는 건 심연이라는 바다를 구석구석 헤엄치는 일과도 같더라. 수심이 깊어질수록 그 심연은 어둡고 고요해 물결조차도 숨죽이고 있는 듯했고, 세상의 소음은 사라지고 오직 나의 호흡 소리만 들렸지. 글을 쓰며 그곳에서 긴 시간을 표류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외면했던 수많은 기억과 감정들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어. 그렇게 비로소 스스로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어.
하지만 내 바다가 아닌 타인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건 여전히 겁이 나더라. 그곳을 탐험하고 깊이 헤엄칠 생각보다는, 조금이라도 다르고 낯선 모습을 발견하면 금세 도망치기에 바빴으니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영원히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발목만 살짝 담근 채로 그 바다를 빠져나온 적이 많았지. 깊이 가라앉을 자신이 없어서 작은 종이배를 띄워 수면 위만 맴돌았고, 조금씩 가라앉으면 안 된다며 급히 배 위로 올라타곤 했으니까. 이제 와 돌아보니 그때 나는 타인의 심연에 있는 진주를 발견할 용기가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하지만 이제는 타인의 바다를 천천히 헤엄치는 법을 배우고 싶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바다를 품고 있는 것만 같아. 어떤 마음은 조용한 만 같기도 하고, 어떤 마음은 거센 파도가 끊이지 않겠지. 서로를 이해한다는 건 발목이 아니라 어깨까지 물에 잠겨 기꺼이 가라앉아 주는 일. 그곳에서 긴 시간 손을 잡고 함께 표류하는 일. 그 일을 천천히 배워 결국 마음의 그릇이 넓은 사람이 되고 싶어. 너무 서두르지 않고 숨을 고르며,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듯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가기를. 그 깊이를 쉽게 짐작하지 않고, 어떤 기억과 상처를 품고 있든 온전히 보듬어 줄 수 있기를. 거친 물살에도 쉽게 밀려나지 않고 결국 나 자신을 내어주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기를.
내 주변에서 살아갈 사람들, 그들이 각자 지니고 태어난 바다를 소중히 지켜주고 싶어. 어쩌면 그들 자신도 아직 알지 못할 그 깊이를 기꺼이 함께 탐험해주고 싶어. 그런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 긴 시간을 들여 나를 아끼는 법을 배웠듯이, 타인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일도 그렇게 느리게, 하지만 꾸준히 알아가고 싶어.
너 역시 너만의 바다를 정성껏 가꾸면서, 너를 둘러싼 사람들의 바다도 기꺼이 헤엄치는 사람이 되어 있으리라 믿으며 이번 주를 마무리할게. 그곳의 봄도 이곳만큼 찬란하길.
2025년 4월의 끝자락, 너의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