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연락이나 '아줌마'가 불쑥 회사에 찾아오는 일만 아니면 그 회사에 꽤 만족하면서 다니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갖고 그녀가 퇴사하는 전날까지 그녀에게 그동안의 감사함을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퇴사 3일 전, 그녀는 사장님의 호출을 받고 사장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밝은 얼굴이 되어서 나온 후 그 날 점심시간, 나에게 퇴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아마 지금까지 이 일을 그녀가 알지, 아니면 모를지 모르겠지만 나는 추 후 다른 직원을 통해서 이 일의 내막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P양이 나에게 퇴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전 주쯤 '아줌마'가 어떤 한 여자와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사장실로 올라갔었다. '아줌마'는 사장님이 안 계셔도 자기 친구들을 대동하고 회사로 나타나서는 P양에게 커피를 부탁해서 마시고 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그곳이 마치 카페라도 되는 냥...
이번에도 그런 일 중의 하나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평소에 P양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그 '아줌마'는 자기 지인의 딸을 사장님께 데리고 와서 면접을 보게 한 것이다. 조금은 드센듯한 아줌마의 성격에 사장님은 어쩔 수 없는 듯이 '아줌마'의 지인을 고용하기로 했고, P양에게는 아마 다른 이유를 말하며 내보내려고 했던 듯했다.
그런데 입사 일주일 전 '아줌마'의 지인 딸이 영리하게도(?) 이 회사의 입사를 돌연 포기했고 비서 자리가 공석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사장님이 급하게 P양을 다시 붙잡았던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P양의 퇴사는 무산되었지만 나는 '정규직'이라는 나름의 안정성이 가족회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몇 년을 함께했던 P양이 '아줌마'의 입김 한 번에 잘릴 뻔한 것을 보았는데, 나 또한 언제 말도 안 되는 일로 잘리고 '아줌마'의 지인으로 대체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이 일을 계기로 나는 L대리의 괴롭힘에서 오는 고통과 더불어, 일자리의 불안정성마저 느끼며 점점 더 우울의 늪으로 빠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