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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ug 06. 2019

진짜 나를 사랑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서른 랩소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걸까?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에 목메지 말고, 자기가 자신을 사랑하라’고 조언하며 끝난다. 여자 주인공들은 ‘내가 나를 사랑하니 너무 좋다’며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른다.


영화 알라딘에서 자스민 공주는 ‘더 이상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자신답게 살리라’ 다짐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침묵하지 않겠다’며 참아왔던 말들을 내뱉는다.


과연 현실의 나는 어떨까?


일단 죽음으로 내몰리거나, 극단적으로 침묵해야 하는 일은 없다. 신 수없이 눈치를 보며, 내가 스스로 상황과 상태에 맞춰 침묵할 때가 많다.

부당한 대우에도 3초 만에 참아버리거나, 심지어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모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친구와 수다를 떠는 도중에 깨닫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에 목메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또다시 SNS에서 얻을 더 많은 ‘좋아요’와 ‘하트’를 기대한다.


‘언제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지’ 한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이유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가족들 그리고 친한 친구들과 함께할 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라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을 때,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푹 쉴 수 있을 때,    

그때 내가 나여서 참 좋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 5일간 서울에 다녀왔다.

강연 일정으로 갔지만 틈틈이 친구를 만나고 고모집에서 쉬기도 했다. 10년 지기 대학 친구와 30년 지기 소꿉친구, 그리고 고모들 중에서 나와 가장 친한 막내 고모를 만나면 헤어진 동안 있었던 일들을 업데이트하느라 깊고도 찐한 수다를 나눈다.


이런 대화는 나누고 나누어도 소모되지 않고, 오히려 충전받는 기분이 든다.

가끔이지만 인생에서 이런 사소한 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운이 좋게도 이번 서울 여행 동안 ‘한국-러시아 대학생 대화’라는 행사에 선배 자격으로 가게 되었다. 벌써 10주년을 맞이한 이 행사에서

나는 ‘조상님’ 수준의 선배가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언니, 오빠 동생들 그리고 교수님과 새벽까지 보드카를 마셨다.

얼음과 자몽주스를 섞은 보드카를 한 모금 들이켤 때마다 7년 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더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여겼던 그 날들이 지금 돌아보니 치기 어린 날들이었다.


더 많은 스펙을 쌓으려고,

더 인정받기 위해서 발을 동동 거리던 시절이었다.


나를 증명하는 건 나의 스펙뿐이니,

내가 나를 옥죄고 채찍질했다.

노력하고 노력해도 나는 항상 부족했다.

솔직히 내가 나여서 갑갑했던 시절이었다.


더 나은 내가 되지 못해서

더 실력 있는 내가 되지 못해서

더 예쁘고 매력 있는 내가 되지 못해서 

불행했다.    


서른이 되니 신기하게도

시간적인 여유는 그때보다 더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나를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


각박하게 나를 보던 눈이 점점 부드러워진다,

내 고집이 세어져 가는 것일 수도 있고,

세상을 편히 살려는 꾀일 수도 있고,

경험을 통한 연륜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된다. 그리고 ‘나를 사랑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마주하며 깨닫지 않아도, 소소한 일상을 통해서 조금씩 알게 된다. 또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한’ 나를 점점 내려놓게 된다.


내가 열심히 쌓으려 했던 스펙도 마찬가지다.

실력으로 회사에서, 사회에서, 사람들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나를 살짝 내버려두게 된다. 물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으면 좋겠지만,


‘칭찬을 받는 짧은 순간’ 보다, 

더 오랜 시간을 내가 나로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은 것이다.


진짜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나라서 기쁜 것이다. 

(이런 못난 나라도)

(더 잘나지 못한 나라도)

(잘난 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는 나라도)

나라는 사람으로 이 순간을 살아가고,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것이다.        


내가 나여서 참 다행이다.

내가 나라서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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