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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14. 2020

시장의 일인자

캄보디아 캄퐁톰에서

캄퐁톰에 있는 큰 시장에 가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과일과 채소부터 고기, 해산물, 간식, 옷 등

여러 가지에서 온갖 냄새가 풍겨 난다.


처음 시장 갔을 때,

나에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냄새는

닭고기 냄새였다.


구정물과 쓰레기가 뒤엉킨 곳을

슬리퍼를 신고 살금살금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쾌한 냄새가 났다.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그곳에

생닭고기들이 놓여있었다.


생닭이었는데 부위별로 분해가 된 것도 있었고, 발이 달린 닭 한 마리가 목만 잘린 채로

온전히 ‘벗고’ 있는 것도 있었다.


아주 잠깐 정신이 아찔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노골적인?! 모습들을 볼 수 없었기도 하거니와 내가 직접 닭고기를 사본 적도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 일행은 닭고기 쪽으로 다가가 한 마리를 샀다. 아주머니께서 ‘친절하시게도’ 잘린 닭 머리를 넣어 주셨다. (나중에 이 닭 머리는 고양이를 주려고 내놓았는데, 그들도 먹지 않아 결국 내다 버렸다. 아마 옆집 개들이 와서 먹었을 것이다.)


닭을 파는 장소를 지나, 과일과 채소를 파는 곳에 와서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나마 과일은 아주 미미하게 달콤한 향기를 뿜어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닭에서 나는 냄새가 심한데,

예전에 한국에서 온 한 여자분은

속이 안 좋았던 탓인지 비위가 약했던 탓인지 시장을 둘러보다 닭 냄새를 맡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쓰러졌다고 한다.


보통 오후가 지나서 장에 오면 이렇게 고기들에서 역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정말 아침에 장에 간 날은 닭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아침에 잡은 신선한 고기가 오후가 되면 이렇게 냄새를 풍기며 부패하는 이유는 냉장고나, 냉장 기능이 되는 곳에 고기를 두고 팔지 않기 때문이다. 냉장고가 있었다면 닭고기를 그 안에 둘 테니,

문을 열지 않으면 냄새가 안 날 것이고 또 오후가 되었다고 쉽게 부패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가정집에도 냉장고가 없는데,

건물도 없는 시장에 냉장고가 있을 리가 있겠는가.


 내가 지낸 따리음 마을에서 아주 잘 사는 집이 아니고서는 거의 대부분 냉장고 없이 살아간다. 오늘 먹을 것은 온전히 오늘에 달려 있다.


예전에 북한에서 온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냉장고를 옷장으로 쓴다’는 말에 놀랐던 적이 있다.


냉장고가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데 왜 안 쓰고 옷장으로 쓰는 거야?”라고 순진무구하게 물어보는 나에게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전기가 들락날락하니까.” 

그렇다. 전기가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하는 곳에서는 냉장고라는 것이 거의 쓸모가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버릴 수도 없는 냉장고를 옷장으로 쓰는 것이었다.


“그럼 음식이 남으면 어떻게 해?”라고 나도 모르게 질문이 이어졌다. 답은 간단했다.

‘그날 만든 것은 그날 먹는다’

혹시 남으면?

음식이 남을 걱정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단다.


아뿔싸. 그렇게 사는 게 풍족했으면 전기가 들락날락 했겠으며, 냉장고를 옷장으로 썼겠는가.


 김치는 꼭 먹어야 하는 민족이라 냉장고 대신 장독을 만들어 땅에 묻어 두고, 채소도 땅 속에 보관해둔다고 말했다.


나는 참 풍족하게 살아왔나 보다. 오늘 남은 것은 내일 먹고, 내일 먹을 것도 미리 사놓으며 살았다. 냉장고에 먹을 것을 산처럼 쌓아두고도 외식하는 날이 많았다.


요즘 한국에 살아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당연하지’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야식 배달, 음식 배달’ 어플을 개발한 회사가

원 대의 가치를 가지는 정도이니 말이다.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아주 잠깐 가난한 나라의 상황과 나를 비교하며 ‘풍족한 삶의 무지’가 있었구나 느낄지라도

나는 또다시 ‘지금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지금 한국에는 비가 내린다. 과연 흙먼지 날리는 따리음 마을에 비가 내리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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