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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Sep 12. 2021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는 나에게 왜 글을 쓰지 않냐고 따지듯 묻는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세세하게 지시한다. 내 마음에 그의 말이 다가오지 않았다. 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해보려 했으나, 결국 나도 화가 나고 말았다.


“네가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말하고 말았다.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는 말을 해버렸다. 왜 이 문을 열지 못하는 것일까. 다른 얘기는 누구보다 너그러운 척, 다 이해하는 척, 모든 것을 다 아는 척 받아들이면서 그의 이 말을 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가.


정말로 나는 왜 쓰지 못하는가. 무얼 써야 할지 모르는 것일까, 쓰고 싶지 않은 것일까. 정말 쓰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는가.


내가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이야기다. 스스로 답을 찾아내고 싶은데 못했으며, 직접 찾아 나서기 두렵기도 한 이야기다.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인가.


전화를 끊은 후, 그의 목소리가 맴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잠이 들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어서 뭐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어디 있나.

무얼 찾으려고 하는 것인가.


그 사람에게 던진 말이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알면 얼마나 안다고.

나는 도대체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내가 나를 모르는 게 화가 났던 건 아닌가.


자신에 대해 합리화하는 것은 쉽다. 그걸 누군가에게 확인 받는  짜증나는 일이다. 자신을 제대로 모르는   미치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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