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도

_단상(斷想) 모음집

by JJ

눈을 들어 지평선을 바라볼 때에

수천수만 가지의 뒤척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 많은 생명과 상실의 소란스러운 몸짓을, 몸짓들을

살아있기 위한 숨결과 힘씀과 애틋함들을

매일 밤 어루만지는 마음과 함께

두 손 모아 기도하게 하소서


해쓱한 빛

그 빛으로도 잃지 않게 하소서

무릇 떠오른 사라져 버린 꿈들과

간절히 그러고자 하였으나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것들을

남몰래 간직했던 가장 깊은 심연들을

형체 없는 것들을 오래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푸른빛

그 아래 적게 하소서

살아간다는 것에 힘겨운 자들을 향하여 두발을 딛고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게 하소서

위로받기엔 너무도 짧은 밤과

사랑하기엔 너무도 어두운 새벽에

나의 품이 작은 아쉬움으로

울고 또 울게 하소서


신이시여

돌아보소서

저 마음을

어떠한 형태로든 손상되고 더러워졌을

그들의 마음을

깨치고 다쳤을 나의 영혼을


그리고 마침내

내가 아직 이 작은 숨을 거두지 아니한 까닭을

깨달아 알게 하소서

누군가 나를 위해 흘린 눈물과

나의 발치에 고인 햇살을

피고 지고 또다시 피는 꽃송이들과

무너진 것들 위에 돋아나는 삶을

살아있음에 아우성인 모든 몸짓들을


시들어 죽은 마음에 찾아온 깊은 잠에서

비로소 깨어

과거를 살아내고

그렇게 내일을 맞게 하소서


그리고 다시,

또 다시,

나의 무심한 숨이 바람되어

다른이들의 삶이 될 때까지

그 다음 내일과

그 다음의 내일을 맞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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