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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Jun 02. 2019

맥아서 비니언

서울 종로구 계동 리만머핀서울 갤러리에 격자무늬 그림 여러 점이 걸렸다. 손톱만 한 크기의 그리드마다 영어 단어나 수의 흔적이 남아 있다. 'ALEX' 'APT' '7XX-4X78'…….


그림 '핸드: 워크'(2019)를 들여다보는 취재진에게 미국인 미술가 맥아서 비니언(73)이 말을 붙였다.


'핸드: 워크'를 비롯한 격자무늬 작업은 비니언의 이른바 '주소록 회화'다.


작가는 주소록과 출생증명서, 가족사진 등을 모아 보드에 붙인 뒤, 다채로운 색깔의 오일 페인트 스틱으로 선을 긋는다. 격자 속 문자와 숫자 흔적은 그가 수십년간 교류한 사람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다. 기하학적 추상에 개인사를 녹여낸 수행적인 작업이다.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리는 비니언 개인전 '핸드: 워크: Ⅱ' 핵심도 '주소록 회화'다. 최근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이 작업을 두고 "내 삶의 지리학이면서,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1946년 미국 미시시피 메이컨에서 태어난 비니언은 뉴욕 이주 후 장 미셸 바스키아, 솔 르윗 등 훗날 세계적인 거장이 되는 작가들과 어울리며 그림을 그렸지만, 유독 빛을 보지 못했다.


1980∼1990년대를 지나면서 비니언의 액션 페인팅은 점차 절제되고 기하학적인 추상으로 바뀌었다. '주소록 회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5년 경이다.


그는 71살 때인 2017년 베네치아비엔날레(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본전시 참가를 계기로 세계 미술계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1월 세계에서 손꼽히는 화랑인 리만머핀은 비니언과 전속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작가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이 일은 평생을 바쳐야 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매일 작업을 합니다. 매일 다른 감정으로 대하기에, 같은 선처럼 보여도 어느 하나 같지 않은 작업이죠."


-정아란, <칠십에 빛본 화가 비니언 "평생 바쳐야 한단 사실, 일찍 깨달아">, 연합뉴스, 2019. 06.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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