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광호 Jun 18. 2020

기본소득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노동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급여는 낮아도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노동에 나설 수 있다. 문화예술 분야, 귀농 등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있으니 생산성은 낮지만 삶의 만족도가 높은 일을 할 수 있고, 개인과 사회 전체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수요 공급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혁명을 통해 디지털경제에 집중하면서 디지털 경제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기술혁명과 디지털경제의 특성상 고용을 수반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산 역량은 점점 커지는데, 고용이 줄어든다. 개인소득과 소비도 당연히 줄어들고, 공급과 수요가 불균형을 맞게 되는데 이것이 구조적 경기침체를 불러온다. 따라서 시장경제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정부 재정이 소비 역량 강화에 더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한 방법이 기본소득이다. 


우선 현재 재원에서 복지대체나 증세 없이 연 20만 원에서 시작해 횟수를 늘려 단기 목표로 연 50만 원을 지급한 후 경제 효과를 확인하고 국민의 동의를 거쳐 점차 늘려가야 한다. 


기본소득 50만 원을 얘기하면 적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4인 가구에는 200만 원이다. 적은 돈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경제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본소득을 늘리기 위해 조세감면 제도의 일부를 손볼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56조 원 정도의 조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그 가운데 절반 정도인 25조 원을 순차적으로 감면 대상에서 제외해 나가면 1인당 연간 100만 원까지도 재원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소득구조는 매우 불평등하다. 90%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상위 10% 이내의 사람들이 큰 부를 갖고 있다. 소득 불평등 또는 자산 불평등이 지금 경기침체의 원인이기 때문에 감면 제도를 바꾸는 것에 국민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세금에 일부 세율을 추가하면서 그걸 기본소득 목적세로 하는 방법이 있다. 결국은 국민이 전액을 환불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감도가 매우 높을 수 있다. 둘째는 신규 세목을 만드는 일인데 제일 급선무로 해야 할 게 데이터세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개인이 만든 영상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으니 데이터 생산자에 대한 기여분을 조세로 일부 환수하자는 것이다. 또 탄소세도 고려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이전에 전국 단위로 국토보유세를 부과할 경우를 상정해서 계산해 봤다. 1년에 1인당 30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15조 원 정도가 필요하다. 지금 토지보유세가 0.2%선이니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토지보유세의 절반인 0.4%까지 올리면 된다. 소모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자동차를 보유했다고 보유세가 연간 2% 정도 부과되는데, 영원히 존속하고 이익도 생기는 부동산에는 훨씬 낮게 낸다.


기본소득의 최종 목표는 월 50만 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 규모가 너무 크면 그야말로 노동 의욕을 상실하게 되므로 정의롭지 않다. 그런데 월 50만 원 받는다고 노동을 회피하지는 않을 거다. 그것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으니까. 연간으로 치면 300조 원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우리 경제에 너무 큰 부담이 된다. 하지만 현재 약 1920조원인 GDP가 3000조 원이 되고, 사회복지 지출 비율을 현재의 10.8%에서 OECD 회원국 평균인 22%로 올린다고 가정할 때 생기는 사회복지 지출 재원 400조 원을 현재의 200조 원에 더해 600조 원까지 마련할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 인터뷰 중 <신동아>, 2020. 06.
 

작가의 이전글 예술과 진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