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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Nov 24. 2020

<홉스_리바이어던의 탄생>

교양인에서 홉스 평전이 출간되었다. 교양인의 문제적 인간 시리즈는 평전 관련해선 국내 출판계에서 가장 높게 평가할만한 시도인데, 홉스가 시리즈의 14번째 인물로 선정된 것은 다소 의외이다. (사회계약론의 설계자로서 근대 정치철학의 아버지(?) 같은 인물인데 왜 의외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이 시리즈는 저자에 따라 작품의 질―인물과 시대에 대한 통찰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나에게 있어선 서사적 재미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평가 요소다―이 차이가 있는데 프랭크 매클린의 <나폴레옹>은 훌륭했고 이언 커쇼의 <히틀러>는 적어도 분량, 정보의 측면에서는 탁월했다. (커쇼의 책은 그동안 출간된 히틀러 관련 문헌을 모두 검토한 후 중복되지 않도록 해서 건져낼 수 있는 건 모두 다 집어넣은 느낌인데, 정보의 방대함이란 측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로버트 서비스의 <스탈린>은 커쇼보다는 덜하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방대한데―1,100페이지로 국내에 출간된 어떤 스탈린 전기보다 두껍다. 그래봐야 커쇼의 히틀러에 비하면 반도 안 된다―서사적 재미라는 측면에선 권력을 잡기 전 스탈린의 인생행로를 다룬 몬티피오리의 <젊은 스탈린>보다 떨어진다. 역시 서비스가 집필한 <레닌>은 지루한 편이지만 중간중간 대단히 흥미로운 얘기들이 나온다. 그 외에 이 시리즈 중 내가 읽은 건 장 마생의 <로베스피에르>와 필립 폼퍼의 <네차예프>인데 로베스피에르는 많이 지루하고 네차예프는 초중반은 흥미로운데 중반 이후는 다소 지루하다. (그래도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에 대해 깊게 이해하기 위해선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이 책 <홉스>에 대한 설명은 출판사 서평을 인용하겠다.


홉스는 존 로크, 장 자크 루소와 함께 사회 계약론의 사상적 기초를 닦은 정치철학자이다. 대표작 《리바이어던》(1651년)은 사회 계약론에 관한 최초의 문헌으로서 근대 국민 국가 형성에 중요한 토대를 제공했다. 자연, 인간, 정치, 종교에 관해 독창적인 이론을 펼친 《리바이어던》은 홉스의 정치철학을 완결하는 작품이다. 《리바이어던》은 홉스가 살았던 17세기의 산물이지만, ‘근대인의 경전’이라 불리며 오늘날에도 수없이 인용되고 읽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리바이어던》의 핵심은 자연 상태에서 인간이 비참하다는 데 있다. 자연 상태는 만인이 만인에 대해 투쟁하는 공포와 위험으로 가득한 곳이며,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절대 권력을 지닌 주권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시 절대적 주권자로서 왕의 권리를 주장한 사람은 홉스가 최초는 아니었다. 그러나 기존에는 왕의 절대적 권한이 하늘이 내려준 신성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하향식’ 관점이 지배적이었다면, 홉스는 인민 주권의 양도와 승인을 통해 국가가 형성된다고 주장함으로써 민주적인 ‘상향식’ 관점을 취했다. 이것이 홉스가 당시 왕당파와 의회파 모두에게 배척당한 이유였다.


개인의 동의가 정치적 복종의 ‘유일한 근거’이며, 정부가 합법성을 지니려면 주권자가 인민 개인을 보호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홉스의 주장은 개인을 중심에 두고 그들의 합리적 사고와 판단을 존중하는 근대적 사고의 표본을 드러낸다. 《리바이어던》은 홉스의 그 어떤 저작보다도, 혹은 당대의 그 어떤 저작보다도 근대인의 정신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근대 국민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개인의 승인에 기반한 국가의 탄생을 예견했던 토머스 홉스. 그가 남긴 역작 《리바이어던》을 ‘근대인의 바이블’이라 부르는 이유다.


-<홉스> 출판사 서평 중


이어서 책에 나오는 인상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싶다.


신이 죄의 근원인가라는 난문에 대해 홉스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신은 죄의 근원이지만, 죄 지은 당사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말은 테오도뤼스 베자의 견해를 따랐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아담의 타락은 그 자신의 의지의 운동에서 일어났지만, 그런데도 신의 의지 때문에 일어났다. 신은 놀랍고도 불가해한 방법으로 그런 일에 기뻐한다. 그가 금지한 일―그것이 죄이므로―이 그의 의지에 의해 일어난다.


이 설명의 결점은 “불가해한 방법”이라는 말이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홉스는 자신의 철학적 원칙과 종교적 신앙에 어울리는 설명을 선택했다. 다른 칼뱅주의자의 설명보다 못할 것이 없다. 그는 경건하게 체념한다. “나는 알고 있다. 하나님은 죄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을. 그가 하는 일은 그가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정당하다. 따라서 죄가 될 수 없다. 죄를 지을 수 있는 자는 다른 이의 법을 따라야 하는 사람인데 하나님은 어느 누구의 법도 따를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죄를 지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세상에서 인간이 필연적으로 죄를 짓는다고 말할 경우, 그것이 어째서 그분께 불명예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앞에서 논의한 홉스의 반론을 보면 다른 질문들에 홉스가 어떻게 답할 것인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모든 행동이 필연적이라면 기도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반론에 홉스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신은 기도하는 자에게 축복을 내린다. 그 기도로 인해 신이 어떤 일을 하지는 않지만, 신의 뜻은 변하지 않는다. “기도는 신의 선물”이고,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홉스_리바이어던의 탄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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