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법의 원리>에서 홉스는 예정된 것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신의 예정 방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 교리는 신앙의 핵심 조항도 아니다. 신앙의 핵심은 오직 하나,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 하나뿐이다. 그러면 홉스와 브럼홀이 논쟁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홉스에 따르면 자유롭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의 원인이 욕망이라는 뜻이다. 이 욕망을 ‘의지’라고 불러도 좋다. 그러나 그것이 의지가 자유롭다거나 그 사람이 자유 의지를 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욕망(의지) 그 자체는 선행 사건(다른 욕망 혹은 약간의 추론)의 결과이며, 이 선행 사건은 그 앞의 선행 사건의 결과이며, 계속해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최초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설명에는 자유 의지가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 물론 브럼홀은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홉스에 따르면 … 그가 일을 한다면 선행 사건들이 그로 하여금 그 일을 할 의지가 생기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행동은 필연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그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선행 사건들이 그로 하여금 그 일을 할 의지가 생기지 않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행동은 필연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홉스의 이러한 견해는 <반화이트론>에도 나타나 있다. … 어떤 사건의 모든 필요 조건이 갖추어지면 그 사건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행동의 경우에는 의지 혹은 욕망이 그 행동을 낳는 필요 조건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모든 행동은 필연적이다. 자유 의지론자들은 의지 혹은 욕망을 물리적 인과 관계에서 빼려고 하는데, 홉스에 따르면 이것은 잘못된 추론이다.
모든 사건은 필연적으로 일어나기에 우연히 일어나는 사건은 없다. 그런데도 사건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건의 모든 원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홉스가 <반화이트론>에서 이렇게 주장해서 홉스와 브럼홀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을 것이다.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홉스_리바이어던의 탄생>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