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주부의벗사 편집부의 <라이프 인테리어 교과서>

내 집 갖고 싶다

by 수산

내가 집에 갖는 감정은 굉장히 특별하다. 빚에 못 이겨 가족 명의의 집이 팔린 5살 이후로 나는 줄곧 '내 집'(적어도 가족의 집)에서 살지 못했다. 혹자는 집을 사는 것보다는 투자를 하는 것이 이롭다고 말하고, 그 의견에는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 집 마련'을 포기하기 어렵다. 사람에게 있어 내가 마음 편히 정을 붙이고 살 수 있는 공간의 존재는 언제나 필요하다. 그리고 난 그 공간이 집 밖의 서점보다는 집 안의 서재인 삶을 원한다.


내가 집을 갖는 것이 언제일지 명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착실하게 '내 집'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알게 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무언가를 바라기만 하고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다면 눈앞에 기회가 있어도 잡을 수 없다. 지금부터 집에 대해 차근차근 공부해야 내 집을 가질 기회가 닥쳤을 때 낚아챌 수 있는 것이다. 당장 돈이 없다고 관리를 게을리하면 평생 같은 자리만을 맴돌 뿐이다.


하여튼 여기까지가 내가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다. 집을 가지는 것은 부동산 책으로 알아볼 일이고, 내 상상 속의 집을 구현해내는 것은 인테리어 책으로 알아볼 일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 취향이 뭔지도 정확하게 몰랐다. 나의 취향, 나의 생각을 파악해나가는 일은 그만큼 많이 배우고 알아야 가능하다. 모던 스타일이 좋은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 좋은지 알기 위해서는 모던이 뭐고 인더스트리얼이 뭔지부터 알아야 한다. 비단 인테리어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난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다. 내 인생 계획에 의하면 나는 30대서부터 내 친구들과 함께 살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 역시 매우 중요했다. 각자의 방을 꾸미는 것은 각자의 입맛에 맞게 꾸미면 되지만, 공용 공간인 거실과 주방을 꾸미는 일은 모두가 함께 해야 했다. 마침 어제 친구들과 모일 일이 있어 이 책을 들고나갔다. 우린 이 책을 펼쳐두고 열띤 토론을 했다. 이 책을 말 그대로 '인테리어 교과서'라는 말에 걸맞게 초보자가 보아도 쉬울 만큼 잘 설명되어 있어서 우리 모두가 인테리어를 익히기에 좋았다.


책에는 '편안한 집을 만드는 6가지 법칙'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 첫 번째인 '취향을 찾는다'는 우리가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자주 대화했던 소재이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위한 서재나, 피겨를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위한 장식장은 같은 공간에 두기로 했다. 온라인 게임이나 보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위한 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거실에서는 매주 가족회의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어항을 두자거나 식물을 키우면 좋겠다는 이야기, 빔 프로젝터를 이용한 간이 영화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있다. 책을 읽기 전에 중구난방 했던 아이디어를 친구 생일 문집에 내가 정리했던 적이 있으니 함께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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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함께 보고서부터는 말이 의견을 조금씩 맞추어 갔다. 방에는 개성이 묻어나도 좋으니 부엌과 거실을 깔끔한 인테리어를 추구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북유럽 인테리어, 모던 인테리어에 의견이 몰렸다. 우리가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모두 내추럴하지만 마감이 잘 되어 있는 원목 소재를 선호했다. 벽의 한쪽은 흰색이 아닌 다른 따뜻한 색감으로 칠하는 것도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픈형 키친 구조로, 주방과 거실의 소통이 자유로웠으면 좋겠다고도 정했다. 거실에는 큰 TV와 큰 소파, 테이블을 두자는 의견이 있었다. 거실 창문에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다시금 바라게 된다. 또한 이대로면 목표에 닿을 수 없다는 불안과 동시에 어서 움직여야겠다는 원동력 역시 얻게 된다. 열심히 살자는 요지의 자기 계발서를 읽고 잠깐 열심히 사는 원리랑 비슷하다. 지금 나한테도 그런 피버 타임이 온 것 같다. 오늘만 해도 책을 5권이나 샀는데, 다음 글에서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선 가지고 있는 것부터 다 읽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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