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을 앞둔 대기업 과장 이야기

#2. 출근 버스를 잘못 타고 말았다

by 행복한지니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로 가기까지

버스라는 한 번의 관문을 더 통과해야 한다.

환승 없는 출근이 가능해지는 꿈

집에서 집으로의 출근이 가능해지는 꿈

꿈은 아직 꿈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지하철 종착지 안내 멘트와 동시에

버스 도착 시간을 분주히 검색한다.


감사히도 사무실까지 가는 버스가 10개는 되지만

사무실까지 가지 않는 버스 또한 5개 이상 되니

몇 개 정도는 아직 외우지 못했다.




서두른 날은 꼭 버스를 잘못 탄다.


조금 빨리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볼까

들뜬 발걸음으로 버스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 보는 낯선 길이 나타났다.


불안감이 엄습한다.


전체 노선을 펼쳐 보니

불행 중 다행으로 돌아서 가는 버스다.


아침 조회(?)까지 주어진 시간이 5분이라면

이 버스가 필요로 하는 시간은 15분일 뿐

버스는 결국 필요한 종착지로 갈 것이다.

그것도 계약에 명시된 출근 시간 안에.


맞는. 버스를. 탄 걸까?




돌아서 가긴 하지만

결국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탄 정도라면


인생 여정은 감사할 일이다.


최적의 경로로 앞질러 가는 사람,

뒤에 출발했지만 먼저 도착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보며 질투도 나고

섵부른 나의 선택에 자책도 하겠으나


멀리서 보이는 사무실을 보며

결국 안도의 기쁨을 누릴 뿐 아니라

돌아 가는 길의 자연 풍경까지 누렸다면


아주 감사할 따름일거다.




마흔 즈음이 되니

아니, 정확히는 30대 후반이 되니


내가 지금 지나고 있는 길이

돌아는 가지만 바로 가고 있는 것이라

지금까지의 여정이 의미가 있는지


막다른 골목을 향해

쓸데 없는 분주함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


한편으론,

목적지라는 것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답 없는 고민이 고개를 쳐든다.


그래서 잘못 탄 버스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사춘기의 사색에 빠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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