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의 퇴근일지 15. 달력이 뭐라고

by 행복한지니



11월, 은행에서는

달력이 배부되는 달이다.


은행 달력을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소문 때문에


은행 업무볼 일 없이

달력만 받으러 오시는 분들도

여럿 계신다.



어제 누른 ㅇㅇ번 고객님도

앉자마자 달력만 달라고 요청하셨다.


수량이 부족해

1인 1개씩만 드린다고 답하니


저는 달력이 꼭 필요한데요?

그러니까 2개 주세요, 하신다.


실갱이를 하기 싫지만

동일한 상황엔 공평해야 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1개를 드리니


다른 지점에 가서 또 받겠다며

종종걸음으로 나가신다.



또 다른 손님은

옆자리에서 받은 달력을 숨기며

달력을 하나 줄 수 있냐 물으신다.


또또 다른 손님은

가족이 4명이 거래하니까

5개를 가져가야겠다고(?) 하신다.


달력을 통해

사람됨이 보이는 시즌이다.



내가 은행생활을 하며 만난

'부와 여유를 즐기며 사는' 부자들은


절대 은행 직원과 실랑이를 통해

무언갈 얻지 않는다.


줄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자신의 편이 되게 한다.


원하는게 달력이라면

이미 직원이 그 손님을 드리려고

한뭉치 챙겨두었을 것이다.



달력 때문에 남은 11월이 두렵지만

곧 이것도 추억 속의 일이 될 것 같다.


달력으로 눈치싸움을 해야 하는

이 연례행사가 곧 없어질 것을

대충이나마 짐작하기 때문이다.


발행 수량은 매년 줄어들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지는 중.


그 전까지

아주 조용히


잘 지나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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