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은행에서는
달력이 배부되는 달이다.
은행 달력을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소문 때문에
은행 업무볼 일 없이
달력만 받으러 오시는 분들도
여럿 계신다.
어제 누른 ㅇㅇ번 고객님도
앉자마자 달력만 달라고 요청하셨다.
수량이 부족해
1인 1개씩만 드린다고 답하니
저는 달력이 꼭 필요한데요?
그러니까 2개 주세요, 하신다.
실갱이를 하기 싫지만
동일한 상황엔 공평해야 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1개를 드리니
다른 지점에 가서 또 받겠다며
종종걸음으로 나가신다.
또 다른 손님은
옆자리에서 받은 달력을 숨기며
달력을 하나 줄 수 있냐 물으신다.
또또 다른 손님은
가족이 4명이 거래하니까
5개를 가져가야겠다고(?) 하신다.
달력을 통해
사람됨이 보이는 시즌이다.
내가 은행생활을 하며 만난
'부와 여유를 즐기며 사는' 부자들은
절대 은행 직원과 실랑이를 통해
무언갈 얻지 않는다.
줄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자신의 편이 되게 한다.
원하는게 달력이라면
이미 직원이 그 손님을 드리려고
한뭉치 챙겨두었을 것이다.
달력 때문에 남은 11월이 두렵지만
곧 이것도 추억 속의 일이 될 것 같다.
달력으로 눈치싸움을 해야 하는
이 연례행사가 곧 없어질 것을
대충이나마 짐작하기 때문이다.
발행 수량은 매년 줄어들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지는 중.
그 전까지
아주 조용히
잘 지나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