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리별 Nov 16. 2023

은행원의 퇴근일지 16. 공포



언제부턴가

막힌 공간에 있으면

답답한 느낌이 든다.


문을 닫고

방 안에 있는 것도.


답답한 감정이

쌓이고 쌓여


마음 속에 무언가

아픈 것을 만들었는지.


 수 없는 것을

눈을 부릅뜨고 언성을 높이며

해내라고 윽박지르는 고객을

오늘도 애써 미소로 마주한다.



속은 문드러지는데.


이럴 땐

나도 덩치 크고 인상이 쎈

남직원이면 좋겠다 생각한다.


눈에 힘 빡 주면

살벌한 그런 인상!


사람 온기가 고프지만

사람에게 진저리 날 때가 많다.


고맙고 따뜻한 고객도 많지만

정신병 걸리기 딱 직전까지

몰아치는 고객도 많다.


마음의 병이 생기기 전에

그만 둘 수 있을까?



요즘은 유튜브에서 매일

EBS 건축탐구를 본다.


한적한 자연 속에 집을 짓고

가족과 어울려 사는 사람들은

꽤나 마음 편해 보이는 표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보다 자연이 가까운 곳을

찾게 되는 이유는


사람 때문에 마음이 힘든 세월을

오래 지나왔기 때문이라는 걸

이미 알 것 같다.


퇴사의 시그널이

이렇게 오는 건가.



그만두기엔

궁하기도 궁하지만


나는 참 아까운데.

손도 빠르고 일도 잘 하는데.


뭐,

빠르게 열심히 재주 부리는

곰에 불과하긴 하겠지만.


퇴근하고 장을 보며

이정도 감정소모 쯤이야


돈 받으며 하는 일엔

당연한 절차라 다잡지만


마음 한켠에선

동굴 속으로 숨어들고프다.


열이 40도까지 올랐다 잠든 아이를

밀착간호하며 주저리는 밤이다.


내일은 또 어쩐담.


작가의 이전글 은행원의 퇴근일지 15. 달력이 뭐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