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로 변하다

오래전 당신과 나와 세 명의 친구들은 흰수염고래가 되기로 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랑을 찾기 위해 우리는 고래가 되기로 했다. 새벽 네 시 경에 우리는 부두에서 만나 마지막으로 술을 마셨다. 그렇게 말이 없는 술자리는 처음이었다. 모두 얼굴들을 시든 토마토 줄기처럼 바닥에 떨구고 있었다.

 한 쪽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바다에 뛰어들었다. 왼손으로 코를 꽉 막고, 오른손은 오른쪽 허벅지에 붙인 채 차렷 자세로 다이빙 했는데,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다이빙 자세였다. 그렇게 빠진 바다 속에서 우리는 금세 흰수염고래로 변했다. 고래로 변한 우리들은 서로의 생김새를 확인한 뒤 짧게 웃고 흩어졌다. 흰수염고래는 무엇보다 혼자 생활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어두운 파란색이었고 넓었다. 웅장한 소음이 들렸다. 마치 어떤 이의 뇌 속에 살고 있는 뇌세포가 된 기분이었다.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선 같기도 했다. 나는 더 넓은 바다로 가기 위해 헤엄쳤다. 흰수염고래의 몸에 부둣가는 너무 작았다.

 나는 힘을 모으기 위해 깊이 내려가 플랑크톤들을 먹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힘은 헤엄치거나 수면 위에 튀어 올라 몸을 뒤집는 데 썼다. 무엇보다 몸을 뒤집어 내 하얀 배를 보이는 몸짓이 중요했다. 그것은 사랑을 찾는데 있어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힘이 모일 때 마다 수면 위에서 몸을 뒤집었다.

 이제는 내가 고래로 변한 때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원래는 사람이었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다. 사람이었을 때 보다 고래로 보낸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사람의 몸으로 느낀 감각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은 어느 외딴 바다에 도착했다.

 외딴 바다는 지도상에 나타나지 않는 바다였다. 그곳에서 나는 편지가 들어있는 병을 발견했다. 병은 파도에 맞춰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었다. 앞코로 병을 건드리자 나는 서서히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몸이 작아지며 왼쪽 지느러미가 팔로 변하는 것부터 시작해 머리와 목, 다리가 생겨났다. 나는 허우적대며 겨우 떠 있을 수 있었다. 오른손으로 병을 잡고 마개를 열었다. 편지는 물에 조금 젖었지만 읽을 수 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누군가의 일기

 남쪽 주상절리 끝에 지어진 오두막에서는 그다지 할 일이 많지 않다. 유일한 낙은 망원경으로 바다를 지켜보는 일이다. 오늘은 운 좋게도 고래가 튀어오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반짝이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튀어오르는 거대한 흰수염고래는 마치 꽃이 피는 과정을 빠르게 재생하는 것 같다. 고래가 왜 튀어오르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장면은 그 이유를 따질 여유도 없이 아름답다. 수면 위로 배를 뒤집는 고래의 몸짓을 보다 자주 목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편지를 읽고 주위를 살피자 내 왼편에 끝없이 이어진 주상절리가 보였다. 나는 그곳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으로 치는 헤엄은 고래의 몸이었을 때 보다 몇 배는 힘들었다. 그나저나 당신을 포함한 나머지 세 명의 친구들이 궁금해졌다. 까만 우주 같은 바다에서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다시 인간의 몸으로 돌아왔는지, 아니면 여전히 고래로 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