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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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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I Jun 07. 2020

엄마의 "아이고 죽겠다"라는 말

이 말을 매일같이 입에 달고 사는 우리 엄마

'아이고 죽겠다'

'아이고 허리야'


엄마!

아무리 죽을만큼 힘들어도

딸 앞에서 매일같이 죽겠다는 말을 하면

제 가슴이 찢어지잖아요

엄마는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말 힘들어서 그래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할일은 또 왜이렇게 많니?'


엄마의 일상은 누구보다 바쁘다.

어두운 새벽

아빠보다 먼저 일어나 늘 아빠의 아침밥과 도시락을 챙긴다

입맛 까다로운 아빠는 식당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장거리 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출근시간이 이르다.

엄마는 30년 가까이 아빠의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내가 보기엔 어마무시한 정신력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이 시간에 출근하는 아빠는 얼마나 힘들겠어'


아빠가 출근하지 않는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주말 아침에도 우리는 잠에서 깬다.

냥이는 오늘이 주말인지 평일인지 구분을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그렇게 기가막히게 잘 맞추면서 날짜는 왜 모르니?

오히려 우리에게 왜 안 일어나냐며 주말 새벽마다 고함을 질러댄다.


'쉬는날인데 제발 잠 좀 자자...'


그도 그럴 것이 냥이는 엄마가 도시락 싸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는 아빠 도시락 반찬에 달걀프라이가 들어가기 때문인데...

녀석의 인생음식 중 하나가 바로 달걀 노른자이다.

프라이를 하면서 팬에 달라붙은 손톱만큼의 작은 노른자 덩어리를 애타게 기다린다.

어쩌다가 주지 않는 날도 있는데,

그럼 얼마나 서운해하는지...

슬픈 눈빛으로 고독하게 거실 한가운데에 앉아

대문만 쳐다보고 있다.

우리 냥이 삐졌구나.

엄마는 그래서 꼭 냥이의 노른자를 챙긴다.

.

.

.

아빠의 도시락을 챙긴 뒤 

30분 정도 눈을 붙이고 나서

다시 일어나 엄마는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같이 소소한 아침을 먹으며

전 날, 있었던 일들_

못다한 수다를 나누며 

삼십분의 꿀같은 아침시간을 보낸다.

.

.

.

엄마의 입에서

'죽겠다'는 말이 나와도

'좋아죽겠다' 라는 말이 나오면

나도 정~말 좋아 죽을 것 같은데_

그럴 일은 없겠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내가 죽도록 노력해야겠다

엄마의 죽겠다는 말이

내 심장을 후벼파지 않았으면_

그리고 나도

엄마의 입에서 행복하다는 말이 나오도록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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