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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I Jun 21. 2020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글'이란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의 글은 언어가 아니라 무기다.

무기는 어떻게 겨누냐에 따라 폭력이 될 수 있다. 

남에게 던지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도 미묘한 차이를 조심해야 한다.

분노만 뱉어낸 글은 자신이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감정 수단일 뿐이다.

화염으로 가득 찬 글만큼 읽기 힘든 것도 없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날카로운 문장 하나에 관계는 힘없이 무너진다.

글자 한 조각 한 조각은 곧 나 자신이다.

단어라는 큰 가지 밑에는 수백만 개의 뜻이 있고

단어의 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배의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만하면 됐다'라는 말은 죽기 전엔 쓸 수 없는 말이다.

'됐다'는 것은 이쯤에서 포기한다는 뜻이다.

결코 완성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고치고 연마해나가야 할 자신에게 

'이만하면'이라는 말은 가장 위험한 독이다.


.

.

.


며칠 사이에, 전주지역 확진자와 관련한 유언비어들이 많이 떠돈다.

대전발 전주여고 확진자가 나오고

연이어 같은 동선에 있던 광주 확진자와 

그의 친구 익산 확진자에 관련한 내용이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그들이 누구인지 무얼 하고 다녔는지

실제 겪어보지 않은 이상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렇기에 현재로선 시, 도에서 내놓는 근거에 기반한 자료들을 신뢰하는 것이 옳다.

물론 100%는 아닐 수 있다. 


고3 학생에 관련한 수많은 말들이 있었고

나 또한 그 말이 괜히 나오진 않았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대전 확진자가 전주 내 식당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단 5분간 동선이 겹쳤다는 이유로

감염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는

그동안의 확인되지 않은 말들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누구든 장담할 수 없다.

내 주변이 될 수도 있고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우린 함께 나아가지 않고서는 절대 이 난관을 극복할 수가 없다.

확인되지 않은 말들로 서로에게 무기를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 하나로 그 사람의 모든 삶이 피폐해질 수 있다.

어느 때보다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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