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런 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NI Jul 12. 2020

오늘이 바로 그런 날

비가 오는 일요일,

반성할 것이 있어 글을 적어본다. 

끄적끄적이 오늘은 남다르게 길 것 같다.  


‘꼰대’


사전적 의미로는 기성세대, 선생을 뜻하는 은어이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 

이런 걸 속된 말로 ‘꼰대질’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꼰대의 의미는 이러하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일반화하여 가르치려고 하는 행위. 


나도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새로이 알게된 게 하나 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꼰대질의 행위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준 사람이 있었다.  

나와 나이가 같고, 성별이 달랐다.

사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본 시각에서다.


그 사람의 얼굴은 본 적 없지만 비슷한 점이 많았다.

동갑내기에 활동지역이 같고 관심사가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여러 방면에서 일을 해온 사회경험이 있지만, 

그 사람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을 싫어하는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3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사회경험이 전혀 없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에게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거나 말거나 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대화가 이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나에게 자꾸만 사진을 가르치려 들고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다. 

사진을 취미로 찍고 올리며 몇몇 사람들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해주긴 했지만,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내 인생에서 사진이란 일상의 기록, 즐거움과 휴식, 

표현의 욕구를 채워주는 요소 정도일 뿐이지 

내 삶의 전부를 걸면서까지 해야할 중요한 일은 아니다. 


사진에서까지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

그럴거면 애초에 사진을 찍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친구는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모두 단절시키고 

오로지 인터넷상으로 올린 자신의 사진과 글만으로 소통하려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나보단 사진에 대한 절실함이 훨씬 더 컸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그 사람이 몇 개월간 내 사진을 보고 무얼 기대하고 바란건진 모르겠다.

정말 부담스럽게도 시간이 갈수록 그 지적질이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어째 나에 대한 관심도나 집착이 점점 더 큰 망상으로 퍼져나가는 걸 느끼게 되었다. 

나를 너무도 특별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배우는 것도 좋고 가르치는 것도 다 좋다. 

사람은 평생을 배운다고 하는데 부족한 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

또한 나보다 경험과 연륜, 지식에 대한 통찰이 깊은 사람이 만든 작품이나 글을 보고

내가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그 분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만 국한 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나에게 본인의 철학을 주입시킨다다는건

그건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일이었다.  


자신이 만든 그 틀에 상대방이 딱 들어맞지 않으면 

그 작품은 잘못된 것이라는 편협한 생각은 너무나 어리석다. 


대중적인 것, 일반적인 것, 남들과 비슷한 것, 트렌드에 따라가는 사진들을 비난했다.

그런 사진은 모두 다 한심하고 쓰잘데기 없고 

작품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정말 큰 충격이었다. 


도대체 왜? 

그럼 뭐가 좋은 사진이고 가치가 있는 작품인지 

똑 떨어지게 설명할 수 있냐고 묻고 싶다. 


사진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얼마든지 자신의 주관을 집어넣고 자유분방하게 표현할 수 있다. 


상업사진을 찍건 작품 사진을 찍건 간에 그 사람들도 나름의 의도가 있고 가치관이 있다.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찍는 보여주기식 사진, SNS용 사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누군가의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진을 취미로 삼다가 업이 될 수도 있고, 

또 그로 인해 내가 원래 생각하던 길로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또한 그 사람의 인생이고 그 사람의 선택이다. 그걸 존중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나는 그의 사진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사진이 좋다 안좋다 라든지 인생을 왜그렇게 사냐는 식의 덧글조차도 붙일 필요가 없다. 

남들과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고 특이한 제목을 붙인다고 해서 

그게 특출나다고 말할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솔직히 말해서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런 생각을 그 사람에게 말해주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말조차도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신뢰도가 있어야만 해주고 싶은 것인데,

지금은 그럴 마음조차 없다. 

그냥 그분은 그분 방식대로 살면 되고, 나는 나대로 살면 된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그렇게까지 힘들게 사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두고 

자기 자신을 옭아매는 것이 장기적인 미래를 놓고 봤을 때 

긍정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그의 인생이고 그의 선택이니까

그런 그를 보며 적어도 나는 젊은 꼰대가 되지 말자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군가에게 꼰대 느낌이 나게 하는 그런 말과 행동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또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강요할 수도 있고 가르치려들 수도 있다.

그래도 난 앞으로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매우 의식적으로 내 자신을 지적질 해야겠다. 


내가 나에게 꼰대짓을 해야겠다. 

적어도 그건 남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은 아니니까

일부러라도 한번씩 내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글'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