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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kim Aug 05. 2021

the taste of terroir!

떼루아로 커피의 시간과 공간을 즐기다

프랑스어 '떼루아(terroir)’는 한국어로 딱 맞게 옮기기 어려운 말입니다. 식재료에 영향을 주는 그 지역만의 기후, 풍광, 토질을 포함한 지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재배 기술과도 같은 사회적 요인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식재료를 둘러싼 모든 요소, 즉 식재료가 수확되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따라서 지역마다 떼루아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보르고뉴의 피노누아와 나파밸리의 피노누아의 개성이 다르듯,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두의 품종이 커피맛의 큰 맥락을 좌우한다면, 떼루아는 디테일을 결정합니다. 디테일에 파고들수록 감각의 세계는 더 열린다는 말이 있죠. 떼루아를 느끼며 커피의 매력을 보다 다채롭게 즐겨봅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맛있습니다.


다채롭고 이국적인 플레이버, 에티오피아의 떼루아

과일향과 꽃향기가 가득 찬 다채로운 아로마와 경쾌한 산미로 대표되는 에티오피아 원두는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죠. 어느 지역보다 이 떼루아의 역할이 강렬합니다. 에티오피아는 커피를 기르기에 최적화된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인데요. 높은 해발고도(1400-2000m)는 커피 체리가 서서히 익게 만들고, 단맛과 아로마의 밀도감을 높여 커피 보관 이후에도 지속력이 강한 커피로 만들어 줍니다.


더불어 지역마다 토양이 다릅니다. 화산재로 이루어진 미네랄이 풍부한 흑토, 알루미늄과 철분을 포함한 남부 지방의 적토, 하라 지역의 석회질 성분이 많은 회색토가 그것이죠. 한 나라안에서도 다양한 토양이 존재하다 보니 각 지역의 떼루아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커피를 대표하는 떼루아를 소개해드릴게요.

에티오피아의 커피 산지 / Worldmapblank

비옥한 토지의 선물, 시다모 지방

시다모 지방은 수도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동아프리카 대협곡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지역의 땅은 적토층(테라로사)에 굉장히 비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충분한 강수량과 최적의 온도로 커피가 잘 자랄 수 있는 기후 조건을 갖춘 것이죠. 덕분에 과일향부터 견과류, 허브향까지 복잡한 플레이버가 나타며, 강수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접근하기 힘든 습식 가공도 가능해 특유의 부드러운 산미를 구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지역에서는 에티오피아를 대표하는 커피 시다모와 예가체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시다모와 예가체프는 같은 시다모 지방의 서로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되는 만큼 세련되고 풍부한 향은 엇비슷하지만, 시다모는 무게감이 있는 반면 예가체프는 섬세하고 맛의 농도가 옅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가든 커피 농가 / coffeecircle

또한 이 지역은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보편적인 가든 커피 재배법을 행하고 있습니다. 집 주변에 밭을 따로 만들거나 울타리를 치듯 커피나무를 심어 나무 사이 간격을 넓히고 그 사이에는 그늘을 만들 수 있는 잎이 큰 나무, ‘쉐도우 트리’를 심습니다. 이는 통풍 효과뿐만 아니라 벌레와 곰팡이로부터 보호하는 효과도 있죠. 두 작물을 동시에 수확도 할 수 있으니 일석 이조의 효과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거친 환경에서 비롯된 강렬한 떼루아, 하라

에티오피아의 대부분이 고산지대이지만 하라 지방은 동부 산악지대 중 가장 높은 해발고도(1800m~2800m)에 위치해있습니다. 그래서 시다모 지방과는 달리 다소 척박한 기후 조건에 석회질이 많은 회색 토의 토양이 특징입니다. 물이 부족하고 날씨가 건조해서 우기를 제외하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죠.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원두가 건식으로 가공되고 있습니다. 건식법이 과일느낌의 향기와 맛을 풍부하게 하는 가공방법인 만큼, 하라 커피는 블루베리와 살구가 어우러진 와인을 연상시키는 맛이에요. 또한 묵직한 듯 풍부한 바디감은 군침이 싹 도는 레드와인을 연상시키는 맛으로 에스프레소로 즐겼을 때 매력이 배가 됩니다. 대부분이 야생의 커피나무에서 수확되는 점도 이곳의 독특한 떼루아입니다. 포레스트 커피로 불리는 이 경작 방식에서 농부의 역할은 동물의 출입을 막고 잡초를 제거하는 수준의 최소한의 수준에 그치는데, 품질이 들쭉날쭉하고 생산량이 많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 때문에 프리미엄 커피의 입지를 다잡았다는 아이러니함이 있네요.

하라 지방에서의 포레스트 커피 경작 / Spider Web United 

유기농 야생 재배의 진수, 짐마

짐마 지역은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지역이며 전통적으로 커피 수출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짐마의 옛 지명인 카파가 커피의 유래되었을 만큼 짐마는  아라비카 커피의 기원이 되는 지역이에요. 그만큼 커피 원종에 가장 가까운 맛을 내는데요. 에티오피아 커피가 밝은 과일 향과 꽃 향기로 유명하지만 짐마 커피는 낮은 산도와 진한 풍미를 가지고 있으며 견과류의 구수함에, 과일느낌의 단맛이 있습니다. 바디감은 부드러우며, 전반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유기농 재배 방식은 플랜테이션 방식과 비교했을 때 들쭉날쭉한 원두의 개성을 더 뚜렷하게 만들고 있죠. 칼슘 함량이 높은 체리 껍질과 소의 분변으로 만든 유기 비료는 일부러 품질유지를 하지 않아도 짐마 커피의 개성을 드러내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짐마 지방의 커피 가공 / Merca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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