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리뷰
현재 40%정도 읽은 입장에서 평하자면, 아주 괜찮은 교양서적이다. 글이 어렵지 않으며, 적절한 예시 덕분에 이해가 쉽다. 정답을 알려주기보단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제목으로 이득과 손해를 함께 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몇년전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베스트셀러에 상당히 오랜 시간 이름을 올렸다. 멋드러진 제목과 저자의 유명세가 마케팅과 잘 버무려진 결과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그래서 비판적인 여론도 있었다. 마치 누군가 『국부론』을 읽지도 않고, 저자와 제목이 주는 웅장함 때문에 액세서리마냥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일부 사람들은『정의란 무엇인가 』를 들고 다니는 게 지적 허영심을 보여주는 행위이며, 허세와 위선이 가득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책들을 장식용으로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진 못했지만, 한때 온라인 상에서 자주 보였던 내용이니 그럴 수 있단 생각은 든다. (이러한 여론에 대한 기억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왓챠’ 리뷰를 참조해보았는데, 왜곡된 기억은 아닌듯하다. 아직까지도 그런 비판은 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 위 비판은 조금 어설프단 생각이 든다. 우선, 『정의란 무엇인가 』가 지적 허영심의 대표격이 되기 위해선,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이해하기에 어려워야 한다. 평범한 교육 수준을 갖춘 사람이 봤을 때 어려워서 덮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책은 어렵지 않다. 읽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정의’라는 개념을 다루기에 겁부터 나는건 사실이지만, 막상 읽어보면 속도감 있게 읽힐 정도로 흥미롭다. 책의 제목은 전공 서적에 가깝지만, 내용은 일반 서적에 가깝다.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책은 제목 덕분에 이득을 보았을 수도 있다. 제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매 충동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마이클 센델과 함께 떠나는 알기 쉬운 정의 이야기’ 보다는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의 책을 사고 싶을테니까.
내용적인 면에서, 이 책은 제목 때문에 손해를 봤을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의 존재를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도전해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내가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지레짐작하며 겁먹었다. 나처럼 겁먹어 시작하지 못한 독자가 한둘이 아닐거라 예상해본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이 책은 결코 어렵지 않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철학 입문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제목 때문에 읽기를 주저하고 포기하게 된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