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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이원석, 『서평 쓰는 법』

by 김감감무

그런 강의들이 있다. 열정과 자부심이 넘치는 강연자가 열과 성을 다해서 열심히 강의를 한다. 듣는 수강생도 듣는 동안에는 강연의 내용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강연장을 나오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 그런 강연. 이 책이 그렇다.

‘서평 쓰는 법‘을 제목으로 내건 책에서 독자들이 기대하는 건 물론 서평 쓰는 법일 것이다. 그러려면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 서평이 정확히 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 책도 정확히 그렇게 시작하고 흘러간다. 딱히 틀린 말도 없는 것 같고 저자의 생각에 공감도 한다. 내가 배웠고 생각하던 서평의 정의와 저자가 생각하는 그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이 짧은 책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저자는 다독가이자 뛰어난 서평가시겠지만 좋은 작가인가는 잘 모르겠다. 내 눈이 어두워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느꼈다.

좋은 말, 맞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말이 울림을 주려면 그것을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글로써 좋은 말, 맞는 말을 전달하려면 좀 더 잘 써야 했지 않을까. ‘나 이렇게 책을 많이 읽었다.’, ‘좋은 서평이란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쓴 서평 하나라도 실어놓고 ‘그렇게’가 아니라 ‘이렇게’를 보여줘야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비유와 인용이 너무 많다. 일관된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도 지나치게 많은 비유와 인용 때문에 딴 소리를 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직접 글을 매듭지을 힘이 없어서 그래 보였고 이런 책, 저런 책을 읽어봤다는 걸 뽐내고 싶은 걸로 밖에 안 보였다.

글을 쓰다 보면 인용을 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이미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생각을 더 좋은 문장으로 써놨을 때다. 문장을 빌려온 뒤 나의 글을 이어가는 건 큰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인용은 글을 더 명확하고 풍부하게 해주며 글과 글을 이어준다. 그렇지만 지나친 인용은 지금 읽고 있는 글을 읽을 필요에 대한 회의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너무 가혹했던 것 같다.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한다. “우리의 서평이 차곡차곡 쌓이는 만큼 우리가 사는 사회도 건강해질 겁니다.”라는 작가의 말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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