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오래된 일기』

by 김감감무

이승우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떤 작품을 읽고 나서든 『생의 이면』을 언급, 인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나의 숨결과 혼이 가장 진하게 배어 있는 작품"이라고 했던 만큼 우리는 그의 다른 모든 작품에서 박부길을 그리고 작가 자신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생의 이면』의 마지막은 그가 어두컴컴하고 집이라 하기 민망한 골방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끝이 난다. 불안을 기반으로 하고 죄의식을 펜으로 삼는 모양새다. 서로에게 죄를 짓지 않고는 살아지지 않는 세상이 그의 세상이다. 그것을 자각해서 너무 이른 나이에 삶이 "지긋지긋" 하게 느껴진 그는 이러저러한 소설을 써낸다. 『오래된 일기』 또한 그런 심리상태에서 나온 책이지 않을까. 박부길과 이승우를 다르게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르게 볼 이유도, 그렇게 보는 사람도 없겠지만.

표제작 「오래된 일기」는 유독 짙다. 「정남진행」, 「정남진행2」는 연결이 좀 부실한 것 같아 아쉬우면서도 『식물들의 사생활』에서도 다루었던 용서와 사랑의 주제가 아름답다. 그는 일관되게 그러나 변주해가며 쓴다. 이렇게 읽고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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