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건, 『속초』

by 김감감무

속초에 오랜만에 다녀왔다. 2017년도에 친구들과 처음 다녀왔고, 2019년도에 은행 로드매니저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지점 MT로 다녀온 뒤로 처음이다. 10년이 채 안 되어 다시 온 속초는 생각보다 많이 변해 있었다. 막 지은 듯한 높은 건물들이 많아졌고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카페가 군데군데 보였다. “많이 달라졌죠? 좋아졌어요.”라는 택시 기사님의 ‘좋음’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이방인인 내가 무언가 말할 자격은 없는 것 같아 그저 아쉬움을 마음속에 눌러 담아 놓기만 했다.

그대로 남아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은 위태롭다. 그대로 남기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대로 남기는 것은 세월의 풍파와 인간의 욕망을 모두 오롯이 견뎌내는 외로운 싸움이다. 그런 싸움을 하는 이들을 응원하고픈 마음으로 이번 속초 여행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찾아 헤매는 여행이었다.

속초해수욕장에 위치한 카페 ‘브라더후드’가 우선 그대로 있었다. 2017년도 속초 여행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 곳이었다. 주변에 다른 카페들도 더러 있지만 유독 입지가 좋고 전통이 있는 느낌이랄까. 2층에 있는 이 카페는 마치 배에 타서 바다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내가 속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그 카페와 중앙시장, 완벽한 날들 세 곳뿐이었다. 아니다, 안다고 할 수 없다. 그저 가본 적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갯배가 뭔지 몰랐고 아바이 마을의 존재도 몰랐다. 속초 곳곳에 배인 실향민의 설움에 대해서도 이번에야 알게 됐다. 변해서 아쉽다고 하기에는 너무 모른다는 걸 깨닫고는 택시에서 말을 아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역사를 아는 것, 알고자 하는 것은 이기주의의 반대로 걷는 것이 아닐까라는 어렴풋한 생각이 들았다.

나를 알고 내가 있는 곳을 알고 알아가는 일은 더불어 살아감에 도달한다. 그것은 앞서서 외로운 싸움을 해 오며 길을 터 준 이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9년 만에 왔다는 내 말을 들은 '브라더후드' 사장님과, 이 책을 사려니까 사인을 해 주신 사장님의 눈빛에서 나는 언어로 담을 수 없는 어떤 연결을 느꼈다.

서울에선 보기 힘든 광활한 하늘과 신화를 상상하게 하는 동해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이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속초에 대한 책이 없어 괜스레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동아서점의 주인이자 저자의 글에는 고향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서려 있었다. 해당 지역의 출신 인물들을 저자로 삼은 이 시리즈의 기획이 참 좋은 것 같다.

아름답고 씁쓸한 도시 속초에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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