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by 김감감무

“너 떠난 서울은 황량한 사막”

- 빅뱅, <Cafe>

제일 좋아하는 그룹의 참 좋아하는 노래 가사 일부다. 여전히 세련된 멜로디도 좋지만, 당신과의 이별이 내 시공간을 어떤 느낌으로 바꿔 놓았는지를 표현한 담백한 가사 또한 좋다. 하지만 아쉬움 한 스푼을 더해야겠다. 이 가사의 주인공은 연인이었던 '너'를 떠나보내기 전에는 삶을 황량하게 느끼지 않았다. 황량함의 반대는 황홀경이라 해야 할까. '당신이 곁에 있어 주었을 때 내 삶은 황홀경이었다면 당신이 떠나니 내 삶은 사막 같아졌다'라고 풀어쓸 수 있을 이 가사는, 뭔가 아쉽다.

황홀경이라.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황량함이라. 현실적이다. 이 가사는 당신을 황홀경으로 두었기에 주제가 그저 연인 간의 사랑에 한정된다. 그래서 아쉽다. 그걸 주제로 한 노래인데 괜한 딴지를 거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사족이 길었다. 어쨌든 황량한 사막이라는 표현에 대해 말하고 싶다. ‘황량함'이라는 표현은 사랑뿐만 아니라 더 넓은 것을 표현해야 하는 데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삶의 조건이라 해야 할까, 실존이라 해야 할까. 그래서 나는 실존을 생각할 때면 무엇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기보다는 사막을 떠올리곤 한다. 보이는 것은 모래와 '무언가 있을 것이다'라는 희망을 품게 하는 지평선만이 존재하는 사막을... 그것이 삶의 모양 같다. 실제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이곳을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이 소설은 사막의 한 구멍에 빠져서 지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알레고리니 뭐니 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걸 싫어하지만 어쩌겠나, 간편한걸. 그야말로 황량한 인간의 삶에 대한 알레고리인 소설이었다.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과 적응, 그리고 저항의 포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런 것이 인생인가 싶어서 유독 씁쓸한... 좋은 소설이다. 아주아주 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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