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과 죽음』의 엮은이 한상연 님은 "철학과 예술과 문학은 근원적으로 하나"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철학을 "지혜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지혜를 사랑해서 진리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어두운 동굴 속에서 길을 찾아 나아가는 일이 철학이자 예술이고 문학이라지만 그것은 항상 장님 코끼리 만지는 꼴이다. 그럼에도 계속, 그걸 알고도 계속 해나가는 것까지 "지혜를 사랑하는 일"에 포함된다. 문학비평도 그렇다. 문학을 좀 더 정제된 언어로 설명해 보려는 시도가 문학비평이지 않을까. 그러나 문학비평 또한 또 다른 예술이자 철학이자 문학이다. 코끼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일이다.
소설은 답이 아닌 질문이다. 소설을 읽는 일은 질문의 공유이자 공감이다. 문학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답을 얻기 위해 소설을 읽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문학비평서 또한 마찬가지다. 이곳에 담긴 것 또한 답이 아니라 질문의 공유일 뿐이다. 나보다 더 많이 읽고 공부하신 분의 시선을 읽는 일이다.
진지함이 멸종 위기를 맞이한 시대다. 이런 세상에서 무언가를 깊게 몰두하고 분석하는 일은 희소하고 희소함에도 소중히 대해지지 않는다. 이렇게 열심히(나름) 읽기 전에도 나는 선천적으로 진지함의 소멸에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었다 보니 이런 책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진다. 사명감 같은 것이 담긴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렵다. 완독을 한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