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아이의 작은 실수
도준이는 활달하고 인정을 베풀기 좋아하는 아이였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편의점에 들러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주곤 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심 좋은 아이로 통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도준이의 ‘나눔’은 조금 다른 결을 띠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사주는 것을 넘어, 아예 수업 날이면 과자를 바리바리 싸 들고 오는 것이었다.
작은 손에 들기 버거울 만큼 묵직한 가방을 메고 오는 날도 많았다.
“친구들이랑 나눠 먹으려고요.”
도준이의 눈은 반짝였고, 나는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직 세상은 괜찮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따뜻한 마음이 살짝 걸리기 시작했다.
“도준아, 이런 간식 맨날 사 오면 엄마께서 뭐라고 안 하셔?”
“네. 저 아빠 카드로 사는 거예요.”
부모님도 알고 계시는 걸까?
아니면 도준이의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기특하게 여기시는 걸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
며칠 뒤, 도준이는 평소처럼 감자칩을 들고 친구들 사이를 오갔다.
그런데 그날, 무심코 흘러나온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내가 이거 줄게. 나한테 고맙다고 해.”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물론 아이들에게 호의를 받으면 ‘고맙다는 말’을 하자고 가르친 적은 있다.
하지만 상대가 요청하지 않은 것을 주며 감사를 요구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거 내가 주는 거야. 나한테 고맙다고 해.”
도준이는 성하 앞에 다가서며 다시 말했다.
그러자 성하가 조용히 말했다.
“그럴 거면 난 차라리 안 먹는다.”
그리고 감자칩을 도준에게 돌려주었다.
곧이어 승우, 정우, 하준이도 따라 감자칩을 내밀었다.
도준이는 말없이 서서 봉지를 내려다봤다.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 앞에,
그저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그 순간 도준이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도준이는 어떤 마음으로 과자를 준비해왔을까.
정말 나누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걸까.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 말이 진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내어주는 마음에는 은근한 기대가 숨어 있다.
주는 일은 아름답지만,
그 마음이 상대의 감정까지 조종할 수는 없다.
받는 이가 원하지 않는 ‘호의’는 때론 부담이고,
억지로 빚을 지우는 나눔은 결국 관계를 갉아먹는다.
*
수업이 끝난 후,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 도준이를 불렀다.
“도준아, 너가 친구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는 모습이
참 따뜻하고 멋지다고 생각해.
근데 그게 매번 반복되면 너도 힘들 수 있고,
무엇보다 너의 마음을 친구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
마음은… 강요할 수 없는 거거든.”
도준이는 한참을 고개 숙이고 있다가, 조용히 물었다.
“그럼 이 과자들은… 어떻게 해야 해요?”
나는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진심으로 무언가를 주고 싶은 마음과
사랑받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아이에게
무엇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그날 이후, 나도 그 질문을 오래 되새겼다.
그리고 천천히, 내 마음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가 베푼 만큼 상대가 나를 좋아해줬으면 하는 마음,
그건 어쩌면 욕심일지 모른다.
그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되고,
심지어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다.
마음은 주는 만큼 되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주는 만큼 무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은, 간청한다고 얻는 게 아니기에
결코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 진실을 도준이가 천천히, 그러나 다치지 않게 알아가길 바란다.
나 역시 그렇게, 조심스럽게 마음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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