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꾸려 했던 아이, 나를 바꾼 아이

'문제아'로 불리던 아이가 피워낸 변화의 기록

by 김현

성민이는 내가 유독 불편하게 느꼈던 몇 안 되는 학생이었다

2학년 때 처음 만나 지금 6학년이 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선 늘 경계심이 들었다.

왜일까. 곱씹어보면, 그 아이가 지닌 공격적인 말투와 냉소적인 태도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인물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으면,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소득 연계 장학금을 늘리면 저소득층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하면, “그건 제 알 바 아니죠.” 하고 말하곤 했다.

성민이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사춘기에 들어서며 덩치까지 커지자 함께 수업하는 다른 아이들이 위축되는 느낌도 들었다.

숙제는커녕, 읽고 와야 할 책조차 한 줄 읽지 않은 채 수업에 들어오곤 했다.
글씨는 엉망이었고, 문장은 중간 정렬처럼 중앙에 몰려 있었다. 기본적인 맞춤법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몇 년을 함께했지만, 논술 수업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아이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성민이를 점점 ‘문제아’로 낙인찍고 있었다.


*


그러던 어느 날, 성민이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성민이가 수학 학원을 옮기면서 시간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수요일 7시 이후에 6학년 반이 있다고 하던데, 가능할까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
지금이 성민이를 자연스럽게 내보낼 기회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수요일 반은 비교적 차분하고 성실한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성민이의 냉소적인 말투가 그 분위기를 깨뜨릴까 걱정됐다.

하지만 곧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 네. 수요일 7시 30분에 보내주세요.”

나는 결국, 성민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


며칠 후, 수요일 반의 모범생 연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성민이 계속 우리 반에 오는 거예요?”
“응, 그럴 것 같아. 왜?”
“그냥요. 성민이 엄마가 저희 엄마랑 친해서요.”

‘전 성민이가 우리 반에 오는 게 싫어요.’라고 말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성민이는 나의 예상과 달리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늘 걱정했던 그 냉소적인 태도와 거친 말투가 눈에 띄게 누그러져 있었다.

아마도, 수요일 반 아이들의 사려 깊고 조용한 분위기가 성민에게도 영향을 준 게 아닐까.


그 분위기 속에서 성민이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튕기거나 거칠게 말하는 순간이 줄어들었고,
무표정하던 얼굴에 간간이 미소가 비치기 시작했다.
무언가 쓰려고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성민이의 글에서 변화의 흔적을 발견했다.

성민이의 글이 가운데 정렬이 아니라 왼쪽으로 정돈되어 있었고, 평균 8줄이던 글이 어느새 14줄을 넘기고 있었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제출하지 않던 문제집 숙제도 스스로 해왔다.

그 순간, 내 안에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변할 수 없다고,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던 성민이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바뀌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넌 안 돼’라고 성민을 향해 규정했던 내 태도가 과연 옳았을까?
함부로 한 아이의 가능성을 재단했던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


한 번의 설명으로 방향을 잡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백 번을 되짚어야 겨우 걸음을 떼는 아이도 있다.

누군가는 칭찬 한마디로 펴지고,
누군가는 말 없는 기다림 속에서 조금씩 스스로 피어난다.

성민이는 그런 아이였다.
조금 느리고, 조금 늦었지만
스스로를 움직일 줄 아는 힘이 있는 아이였다.

그 힘을 나는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단지 내 기준에서 멀다는 이유로 가능성의 문을 닫아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자의 자리는 어쩌면
‘아이를 바꾸는 자리’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바뀔 수 있도록 옆에 있는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야, 그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는다.

조금 늦게, 그러나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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