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질문 하나가 수업을 멈췄다.
“고구려의 전성기는 5세기,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때입니다.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강한 나라가 되었기 때문에 전성기라고 부릅니다.”
평소처럼 역사 특강을 진행하던 중,
지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왜 영토를 더 얻으려는 거예요?”
“응? 뭐라고?”
“그냥 있던 땅에 살면 안 되는 거예요?”
그건, 그건 말이지…
영토를 얻으면 더 좋으니까?
땅이 넓으면 자원도 많고, 사람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그때 지아가 다시 말했다.
“근데요, 땅을 빼앗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잖아요.”
아… 그러게.
나는 잠시 멈칫했다.
음..그 당시엔 땅이 곧 돈이었을지도 모르지.
돈이 많으면 좋잖아.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땅이 많으면 농사도 짓고 사람도 먹여 살릴 수 있고…
하지만 설명을 이어갈수록 마음 어딘가에서 자꾸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설명하면 할수록, 지아의 질문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영토를 많이 얻었어요, 그는 위대한 왕이에요.]
이 문장은 교과서에도, 입시 자료에도, 문제집에도 자연스럽게 쓰여 있다.
어른의 논리로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그리 당연하지 않다.
자기 땅이 있는데, 왜 굳이 남의 땅을 빼앗으려 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위험한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생명이 중요할까, 땅이 중요할까?
당연히 생명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적 계산과 유익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그 당연한 가치를 얼마나 쉽게 밀어냈던가.
지아의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그건 지금의 나에게, 지금의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그날 이후, 수업은 달라졌다.
아이들은 질문하기 시작했다.
“왜 전쟁을 했어요?”
“다른 방법은 없었어요?”
“우리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독립운동을 했을까요?”
사건과 연도는 교과서에 적혀 있었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를 묻는 건 아이들이었다.
나는 가르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배우고 있었다.
*
이런 순간들이 내가 선생으로서 계속 서 있게 만드는 이유다.
질문하는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사건 너머의 사람을 생각하고,
지식을 넘어서 삶을 바라보는 수업.
나는 그런 교실을 만들고 싶다.
브런치에서는 이 교실에서 벌어지는 작고 진한 순간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완성된 지식이 아니라,
고민하고 멈춰 서는 그 시간의 여백을 써 내려가고 싶다.
*
질문은 때로 교실을 멈추게 한다.
하지만 멈췄을 때, 비로소 생각이 시작된다.
나는 오늘도, 그 멈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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