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견디는 마음에 대하여
처음 은우를 만났을 때, 나는 적잖이 놀랐다.
어머님은 분명히 "남학생"이라고 했지만, 긴 생머리를 찰랑이며 들어오는 아이는 누가 봐도 여학생 같았다.
나도 모르게 "딸이었구나" 중얼거렸고, 은우는 조용히 답했다.
"저, 아들인데요."
그것이 은우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
아이들도 당황했다.
은우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신기한 구경거리를 보는 듯했다.
어색한 기류는 교실을 조용히 잠식했고,
어느새 누구도 은우 곁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은우는 점점 더 혼자가 되었다.
빈 옆자리는 벌칙처럼 남았고, 가위바위보로 앉을 사람을 정하거나, 대놓고 "이 자리 싫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몇 번이나 타일렀지만, 사춘기 아이들의 비밀스런 눈짓과 키득거림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에겐 ‘너무 여자 같고’,
여자아이들에겐 ‘결국 남자’였던 은우는
누구의 곁에도 완전히 머물지 못했다.
*
은우는 결이 달랐다.
대안학교를 다녀서일까, 아니면 본래부터 그런 아이였을까.
생각의 깊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모든 것이 조금 달랐다.
"은우야, 너는 가장 큰 것이 뭐라고 생각해?"
아이들이 '우주', '행복' 같은 답을 내놓을 때, 은우는 망설이며 말했다.
“마음이요.
아직 제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뭐든 담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끝이 어딘지는 알 수 없을 것 같아요.”
장래희망을 이야기할 때도 그랬다.
의사나 과학자 같은 답 대신, 은우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해남이 되고 싶어요.
바다를 좋아하거든요.
제주도에서 바다 보며 살고 싶어요.”
은우의 말은 늘 예상을 비껴갔고,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피식 웃었다.
나 역시 은우의 한마디에 멈칫하며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은우는, 누구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세계를 품고 있었다.
*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외롭게 만드는 일.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도 오래된 기억을 떠올렸다.
나는 늘 짧은 머리를 고수해왔다.
대학생이 되어 머리를 길러보려고도 했지만, 불편함에 결국 다시 잘랐다.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던 나는, 종종 남자로 오해받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여자에게 짧은 머리는 이제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다.
반면, 긴 머리를 찰랑이는 어린 남학생은,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눈초리 속을 걸어야 한다.
스치는 시선들,
머뭇거리는 표정들,
작게 터지는 웃음들.
은우는 그 모든 것을
아무렇지 않은 척 견디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은우의 조용한 미소 뒤에는,
말하지 못한 외로움과 아픔이 조용히 쌓이고 있다는 것을.
나는 문득,
은우의 작은 어깨 위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내려앉아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
은우야,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건 때로 고독하고 외로운 일이다.
하지만 그 길은 결코 틀린 길이 아니야.
세상의 눈보다, 네 마음을 더 믿어도 괜찮아.
네가 바라고 믿는 모습으로 살아가도 괜찮아.
네가 너답게 살아가는 그 길을,
나는 언제나 응원할 거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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