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짝사랑을 바라보며

엇갈린 마음, 그걸 지켜보는 나

by 김현


"언제 돌아오는데요?"
차마 답할 수 없었다.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알던 그 모습은 아닐 것이다.


*



요즘, 학원에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한 학부모님 때문이다.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이와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예전에는 껌딱지처럼 엄마에게 매달리던 아이가,
이제는 방문을 닫고 "나가세요"라고 말한다.
대화를 시도해도, 단답형으로 끊어버린다.


어머님은 불안해하고, 당황스러워한다.

"민희가요. 저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세요?
밤에 제가 없으면 잠도 못 잤어요.
억지로 떼어놓으려 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혼자 잘 자더라고요.
음악을 들으면서 잠이 든대요."


어머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이 모든 변화가 자신 때문인 것처럼 자책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이에게도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금 멀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에요."


"선생님, 정말 그러겠지요?"
근심 어린 얼굴에 잠시 화색이 돌았다.



*



하지만,
그 뒤로 어머님은 3일이 멀다 하고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마다.
(혹시 복도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걸까.)


커피 한 잔을 들고,
가벼운 인사로 시작하지만,
결국 대화는 다시 민희 이야기로 돌아간다.


"선생님, 민희가요... 요즘은..."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긴 한숨을 삼킨다.
어머님과의 대화는 어느 순간,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아니라,
'나를 통해 아이를 다시 붙잡고 싶어 하는 간절함'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관계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해야 할까.


*



민희는 며칠 전, 첫 연애를 시작했다.
(엄마에게는 비밀이라며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사랑의 꽃봉오리를 피우기도 전에 이별을 겪었다.
남자 친구의 환승.
민희는 울었고, 삶의 의욕을 잃었다고 했다.


어머님이 방 문 앞에서 애타게 서성이고 있던 그 시간,
민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랑의 상처를 끌어안고 있었다.


둘 다 사랑을 원했다.
하지만 서로에게서 구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나는 제3자의 자리에서,
그 빗나간 마음들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선생님, 민희가 다시 돌아올까요?
도대체 언제 괜찮아지는데요?"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어머님,
민희는 이미 괜찮습니다.
그리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속에 있습니다.


나는, 단지 마음속으로 그렇게 되뇌일 뿐이다.


딸은 이미 떠나간 남자 친구에게,
어머니는 딸에게,
서로 다른 방향의 사랑과 관심을 품고 부유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조용히, 그들의 짝사랑을 바라볼 뿐이다.


*



다음 주에도,
어머님은 불안한 얼굴로 학원 문을 열 것이다.


그땐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머님, 아주 지독한 짝사랑에 빠지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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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