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크림 브륄레를 좋아한다.
처음 크림 브륄레를 알게 된 건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난 후이다.
카모메 식당, 심야식당과 같이 소박하지만, 그 분위기가 따듯한 그런 음식영화를 좋아하는데,
그런 나에게 리틀 포레스트는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즐거움을 주는 영화였다.
리틀 포레스트 안에서 크림 브륄레를 만들고 먹는 장면을 보고 꼭 만들어야지 한 게 벌써 2년 전이다.
그때부터 많은 크림 브륄레를 만들어왔다.
크림 브륄레의 윗면을 탁 치면 깨지는 재밌는 소리, 브륄레의 크림을 한가득 퍼먹었을 때 입안에 퍼지는 바닐라향, 우유의 고소한 맛, 설탕의 바삭함, 누구든 싫어할 수 없는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거나 부모님의 지인 분들이 집을 방문하시면 자주 만들어드리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좋았던 반응에 크림 브륄레를 더 자주 만들곤 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색다른 게 필요했다.
색다른 것을 좋아하는 나는'크림 브륄레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고 수십 번 생각하는 중이었다.
마침내 앞에 바나나 우유가 보였다.
크림 브륄레는 달걀의 노른자, 우유, 설탕을 이용해 만드는데, 흰 우유를 바나나 우유로 대체해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바나나우유 자체의 당분이 있기 때문에 기본 배합에서
설탕량을 반 이상 줄여 단맛을 최소화했다. 덕분에 너무 달지도 않고 바나나 특유의 달콤한 향이 나는
크림 브륄레를 만들 수 있었다.
바나나 크림 브륄레
(재료)
노른자 - 4개
설탕 - 20g
바나나우유 - 300g
우유 - 100g
소금 - 1g
박력분 - 15g
바닐라빈 페이스트 - 1T
1. 사용할 틀은 깨끗이 씻어서 물기가 없는 상태로 준비한다
2. 냄비에 흰 우유, 바나나우유, 달걀노른자, 바닐라빈 페이스트, 체 친 박력분, 소금을 넣고
휘퍼로 덩어리 지지 않게 잘 섞어준다.
3. 불에 올려 걸쭉한 농도가 될 때까지 주걱으로 잘 섞어준다.
이때 충분히 섞어주지 않으면 크림 브륄레 반죽이 익을 수 있으니 골고루 섞어준다.
4. 반죽이 충분히 식으면 틀에 부어주고 그 위에 설탕을 뿌려 토 치질 해 설탕 막을 만들어준다.
크림 브륄레는 시간이 지나면 설탕 막이 녹을 수 있기 때문에,
설탕 막이 만들어졌을 때 최대한 빨리 먹는 게 좋고 맛있다.
브륄레는 윗면을 깨서 먹는 재미도 한몫하는 것 같다. 매번 크림 브륄레를 만들고 윗면을 깨 먹을 때마다
그때 그 장소, 사람들, 분위기, 냄새, 소리 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