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뱅상 Jun 20. 2019

오늘도 퇴사합니다.

#2

올해 연봉 협상을 하는 자리였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협상이 아니라 통보의 수준이지만(안 그런 곳도 많겠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협상보다는 통보의 형식일 거라 생각한다)...


제시받은 연봉의 숫자는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납득하지 못할 수준의 것도 아니었다. 아니,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비슷한 연차의 그래픽 디자이너 평균 연봉보다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연봉 계약서는 내 앞에 놓여있었고, 나는 거기에 서명을 하면 그걸로 연봉 협상은 끝이었다.


지난 몇 해 동안, 이 자리에 앉아 이 계약서를 받아 들고, 한 번도 서명을 하는 것에 망설임이 있거나, 연봉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연봉이 만족스러워서 그런 것은 아니고, 자기 발전을 할 수 있는 비전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과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좋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생계 때문이기도 했다. 필자의 이런 생각이 너무 단순하다는 걸 안다. 사실 더 많은 이유가 존재하고, 그런 복잡 미묘한 것들이 대다수의 직장인에게 다시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만드는 것이겠지.


다시 1년이다. 서명을 하는 순간...

 



이 생각이 머리 끝을 지나가는 순간, 펜을 놓고, 서명을 하지 않겠다고 인사 담당자에게 말했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퇴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