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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한 후 오늘도 운동을 갈지 취미를 즐길지 고민에 빠진다. 주 5회에서 6회 정도 운동을 하려고 하는 중인데, 그날 일이 유독 힘들었을 때는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딱 오늘 같은 날.
아침 일찍부터 일 처리를 해달라는 전화가 와 계획한 잠을 설치고, 오늘따라 한 번에 처리될 일이 몇 번이나 확인해달라는 요청으로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확인해주었다. 일을 다하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8시 30분 보통 일이 들어오는 시간은 오전 10시쯤이지만 유독 오늘따라 아침부터 일이 줄줄이 들어와 아침 루틴이 깨져버렸다. 딱 그때부터 오늘 하루 종일 이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씻으며 스트레스받은 기분을 같이 씻어 내리며 하루를 준비했다. 안 좋은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는 게, 하루 내내 퇴근까지 계획했던 일이 틀어져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퇴근 후 고생한 나에게 상을 줄지 아니면 계획한 운동이라도 마무리를 지을지 생각을 했지만, 나의 선택은 전자였다. ‘그래 오늘 고생했고 충분히 운동 평소에 했으니 괜찮아 ‘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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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는데, 임의로 O라고 부르겠다. 매주 한 번은 볼 정도로 서로 취미도 잘 맞고, 대화도 즐거워서 O랑의 만남은 기다려진다. 마지막으로 만난 게 저번 주 금요일 일 하는 도중에 O에게 “오늘 뭐해 “라고 연락이 왔다. 난 당연히 오늘 연락 올 수도 있겠다 싶어 일정을 따로 잡아두지 않았다. 그렇게 같이 만나 저녁을 간단히 먹고, 카페를 가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니 O가 술 한 잔이 마시고 싶었는지 자리를 옮기자 이야기를 꺼냈다. 자주 가던 와인바에 가서 한 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 맞다 나 최근에 알게 된 게 있다? “
O가 말문을 열었다. 난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그게 어떤 건지 물어봤다.
“난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해서 모든 것을 100으로 해내고 싶어 해. 그래서 어떤 걸 해도 98 정도로 해내도 100으로 못하면, 자책을 심하게 하며 스스로를 더 채찍질해 '이거 밖에 못했네..’, ‘더 열심히 했어지‘ 이런 뉘앙스로 그러다 보니 10가지 일을 하더라도 100 다 채운 일이 적으니 그런 모습의 내가 힘들어지더라고. 그러다 최근에 일기를 쓰다가 '이 정도면 충분하지'라는 말을 내가 스스로 뱉은 거야. 그 순간 너무 소름이 돋고 스스로에게 너무 큰 위로가 됐어. 그 충분하지 라는 단어 하나로 100으로 해내지 못했던 일들이 모두 해결된 느낌이었어. 10번 해봐야 1번 해내는 삶에서 10번 했을 때 10번 모두 괜찮게 해내는 삶으로 바뀌었다는 게 마음의 큰 위로가 되었지”
이 말을 듣고 나 또한 소름이 돋고 O에게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게 된 걸 축하해줬다. 이런 대화를 이어가다. 즐겁게 그날을 마무리했다.
그 뒤로 충분하다는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고, 나에게는 O와는 정반대로, 그 단어가 스스로 합리화를 시켰던 단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나 또한 스스로를 위로하던 단어였는데, 지금은 충분하다는 단어를 남용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뭐’, '많이 했다 다음에 해야지' 이런 말들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오늘을 살지 않고 내일을 염두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으로 잠시 동안 멍을 때렸다. 분명 나태해지지 않는 법을 알고 있었는데, 오늘 하루 고생했다는 기준이 점점 낮아지면서 도파민적인 삶을 더 추구했던 것이다. 그 뒤로 잠시 닫아두었던 삶의 방향성의 생각을 다시 펼쳐보았다. 미래가 너무 불안정했던 그때는 방향성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는데, 지금 다시 생각을 이어갈 때는 불안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이제 1장의 과거의 나의 이야기는 끝이고, 미래를 그려가는 나의 이야기의 2장의 틀을 새울 차례라는 걸 알았다.
좋아하는 말 중에 0에선 1을 만들기 너무 힘들지만 1을 한 번 만들면 10까지 가는 건 0에서 1로 가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라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 이 말을 다시 되새길 수 있게 해 준 O친구에게 너무 감사를 표하며 끝없이 발전하는 서로가 되며, 천천히 오래 같이 성장해가길 바란다.
충분히 당신은 잘하고 있는가?
정말 충분했는가.
이 글이 당신의 꺼져가는 중의 심지를 다시 한 번 불태우길 바라며.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