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숨어 들어가는 와중에도 유난스럽게 세상을 물들이는 해를 바라보며 나의 마음은 벌써 흐물흐물해져있다.
해가 지는 시간이면 나는 동작을 멈추고 따뜻하게 물드는 그 시간을 넋 놓고 구경하곤 하는데, 그러고 보면 취미라는 게 뭐 특별한 게 있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마치 어떤 의식이라도 치르듯,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시간에 특별한 일을 하며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떠올린 것이 운동이었다.
해야 하는 것을 잘 알지만 안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그래서 미루기 딱 좋지만 안 하면 결국 후회만 남는 것이 바로 운동이었다.
이미 나는 다른 것에 매료되어있어 그런가, 좋아하는 일몰을 실컷 보며 하는 줄넘기는 그래도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시간에 굳이 제일 귀찮은 일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꽤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