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맥주 브랜드들 사이에서는 '진짜 맥주' 쟁탈전이 진행 중인 것 같다.
카테고리 안팎의 상황을 미루어보면 맥주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브랜드가
향후의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명실상부하게 알고 있듯이 맥주 시장의 3강이라 불리며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간의
경쟁이 이어지지만 국내 1위 맥주는 오비맥주의 카스다. 후발 주자들은 선두 주자의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항상 적극적인 공세를 취한다.
기존 라거 맥주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힘을 빼고 있을 때, 수제 맥주 시장이 등장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음주 습관의 비중이 소주에서 맥주로 많이 쏠렸고 그에 따라 관심도가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단순하고 일원화된 맛에서 벗어나 개성 있고 풍미가 다양한 수제 맥주의 인기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라거 브랜드들은 그냥 맥주가 맛있다고 외쳐서는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진짜 맛이 있는 진짜 맥주가 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A. 클라우드 - "물 타지 않은 맥주"
가정 먼저 움직인 건 2015년도에 클라우드였다. 광고 경쟁 전략 중 이런 대목이 있다. '의제 설정 이론'이라 하는데 아직 영향력이 약한 브랜드라면 자신이 속한 시장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화제를 시장에 던져야
한다는 전략이다. 클라우드는 롯데 주류가 만든 신생 맥주 브랜드였고, 자신들이 빛날 수 있는
'물 타지 않은 맥주'라는 메시지를 들고 온다. 보통의 라거 생산 과정은 물을 섞어 만드는데 클라우드는
'오리지널리티 그래비티'공법으로 발효 원액 그대로를 담아 훨씬 맛있을 것이라 하며 소비자들을 설득한다.
물론 처음에는 굉장한 임팩트를 몰고 왔고 쉽게 마시던 맥주를 바꾸지 않는 소비자들이 클라우드를
먹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후속 광고도 물 타지 않았다는 점을 가지고 확장시켰다.
B. 테라 - "이 맛이 청정 라거다", "청정 맥아 100%, 리얼 탄산 100%"
클라우드의 광고는 분명 임팩트가 있었으나 유통의 한계를 뚫어내지 못하고 더 이상의 큰 모멘텀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2019년, 하이트진로가 반등의 기회를 만들었다. 테라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청정 라거"의 개념을 시장에 새롭게 제시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팩트들을 통해 맥주의
표준이 되고자 했다.
듣기만 해도 시원해지는"청정 라거"를 신선하고 품질 좋은 호주의 골든 트라이앵글 존의 맥아를
100% 사용했다는 점과 최고의 공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비틀기와 함께 자연 그대로의 리얼 탄산 100%라는 점을 부각하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스 보다 더 시원해",
"카스보다 더 맛이 풍부해" 등의 후기들을 만들어내면서 점차 존재감을 확보했다.
테라는 이후에 청정함을 보여줄 수 있는 비주얼과
자연 그대로의 리얼 탄산 100%를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갔다.
C. 카스 - "SSAC", "진짜가 되는 시간"
기존의 강자였던 카스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브랜드가 되었다. 그렇기에 이들의 광고를 보면 끊임없이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랬던 카스가 리뉴얼을 시도했다. 신규 브랜드와
수제 맥주의 열풍이 가시지 않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모습이 필요하다 여긴 카스는 투명병 형태를 선택했고 병의 색깔이 바뀌면 햇빛에 맥주가 노출되는 부분이 있어 성분도 바꿔야 하기에 이 참에 맛도 수정을
진행했다.
먼저 카스는 맛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의미로 CASS의 방향을 바꿔 SSAC라고 표기하며 맛을 싹 바꿨다고
했다. 그런데 카스는 여기서 타브랜드에 비해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맛이 무엇이 변했는지, 또는 어떤 공법을 사용했는지 말하지 않고 바뀐 맥주를 마시는 사람, 시간, 생각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투명병과의 연관성을 기반으로 배우 윤여정부터 시작해 리뉴얼된 카스와 함께하는 것은 "진짜 투명한 나, 우리를 만나는 것"이라 선언한다.
여기서 끝내지 않고 카스는 맥주 광고마저 투명하게 만들어 버린다.
맥주 하면 무조건 여름 속 멋있는 휴양지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환상적인 분위기에서 먹지만 그런 가상의
설정은 모두 걷어내고 우리가 실제로 진짜 맥주를 먹는 TPO를 짚어 보여준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게 꾸역꾸역 살아낸 그 끝에 놓여 있는 투명한 카스는 다시 한번 진짜 시간은 카스와 함께 즐겨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건네는 것 같다.
시간 순으로 맥주 광고들을 짚어 보았는데 과연 이 중 어떤 맥주를 진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떤 진짜에 사람들은 더 끌리고 있을까?
앞으로도 이들을 바라보면서
진짜 맥주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각도의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살아남을 진짜 맛을 만끽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