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누 Dec 31. 2020

'그분'의 인정을 받지 못한 작품

유튜브 짤의 탄생, <바다가 들린다>


유튜브 짤의 탄생, 바다가 들린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를 하던 타쿠는 친구 마츠노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고 학교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마츠노의 소개로 도쿄에서 전학 온 리카코를 만난다. 첫 만남부터 타쿠는 리카코한테서 미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는 친구 마츠노를 위해 떨쳐내기로 한다. 개학 이후 다 같이 떠난 수학여행에서 타쿠는 처음으로 리카코와 대화를 나눈다. 이때 리카코는 타쿠한테 여행자금으로 들고 온 돈을 전부 잃어버렸다면서 돈을 빌려간다. 하지만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후 타쿠는 리카코가 도쿄행 비행기표를 사기 위해 돈을 빌렸다는 걸 알게 되고 뜻하지 않게 그녀의 여행에 동반하게 된다. 


이제는 모두가 아는 그 '짤'. 하지만 이 장면은 사실 친구랑 통화하는 장면이다.


 바다가 들린다를 보고 나면 제목처럼 부둣가에 앉아 일렁이는 파도소리를 듣는 기분이 든다. 그건 이 작품에 큰 사건이나 갈등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요소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은 잔잔하게 시작해서 잔잔하게 끝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런 특별한 서사가 없음에도 바다가 들린다가 좋은 작품인 이유는 사춘기 소년소녀의 감정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바다가 들린다는 학창 시절에 누구나 가졌던 첫사랑에 대한 기억과 친구들 간의 우정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때 우리가 느꼈을 법한 감정들을 적당히 느린 템포로 잘 풀어준다. 여기에 톡톡 튀는 듯한 OST도 한몫을 더해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여름의 청량함을 전해준다. 지나간 여름과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이 작품을 보는 걸 추천한다. 




넥스트 지브리를 위한 도약


 ‘바다가 들린다’는 소설가 히무로 사에코가 쓴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당초 영화관 상영이 아니라 TV방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지브리를 이끌 다음 세대 애니메이터들한테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이 작품의 그림체나 스토리 구성이 이전에 개봉했던 지브리 작품들과 다른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리카코와 도쿄를 온 타쿠는 그녀에 대한 비밀을 하나 알게 된다.


  재밌는 비하인드 에피소드로 바다가 들린다가 제작될 당시 지브리의 수장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의 스튜디오에 출입이 금지됐던 사건이 있었다.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가 혹시라도 제작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간섭을 할 경우 제작진들한테 부담을 주거나 작품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스튜디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이었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스튜디오에 6개월가량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인정하지 않은 작품

대학생이 되고 다시 만난 타쿠와 마츠노는 그 시절에 봤던 바다를 떠올린다. 


 바다가 들린다가 완성되자 스튜디오 내부에서 최초 상영회를 가졌는데 이때 감독인 모치즈키 토모미는 상영회가 진행되는 동안 미야자키 하야오한테 갈굼(?)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바다가 들린다의 잔잔한 스토리 전개 방식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머리로는 이해가 될 수 없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실패작이라는 질타보다는 자신은 만들어낼 수 없는 젊은이들의 감성에 대한 질투에 가까웠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바다가 들린다처럼 학생들이 주인공인 작품을 제작하기로 했고 그 작품이 바로 ‘귀를 기울이면’이다.

작가의 이전글 100년 전쟁을 끝낼 마지막 희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