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물 스토리의 정석 <아바타: 아앙의 전설>
물, 불, 흙, 바람. 네 가지 원소를 모두 다룰 수 있는 '아바타'는 세상의 균형을 수호하며 자연계와 정령계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강한 군사력을 가진 불의 제국이 전쟁을 일으키면서 세상은 난세에 빠지게 되고 사람들이 아바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 그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다. 이후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고 남극의 어느 작은 마을에 살고 있던 남매 ‘카타라’와 ‘소카’는 바다를 떠돌아다니던 중 빙하 속에 갇혀있는 한 소년을 발견하고 그를 구해낸다. 처음 보는 낯선 옷차림과 온몸에 화살표 문신을 새긴 소년의 이름은 ‘아앙’. 그는 바로 세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에어밴더이자 100년 전에 모습을 감췄던 아바타였다.
‘아바타: 아앙의 전설’은 100년 전에 사라졌던 세상의 수호자, 아바타가 다시 돌아와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스폰지밥, 지미뉴트론을 만들어낸 미국의 키즈 엔터테인먼트 채널 ‘니켈로디언’을 대표작으로 아바타는 비록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한테 사랑받는 작품이다. 아바타가 이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원소를 이용해 싸우는 밴딩 능력이나 감히 서양인이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동양풍의 세계관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소는 바로 등장인물들의 성장과정을 잘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에 있다.
주인공 ‘아앙’은 천진난만하고 장난기가 많은 열두 살 소년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세상을 수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아바타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너무 무거운 책임을 맡아야 했던 아앙은 자신이 머물던 절에서 도망쳤고 그 과정에서 얼음 속에서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봉인됐다. 다시 깨어난 그는 아바타의 부재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세상과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이 전쟁에 휩쓸려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아앙은 자신이 도망쳤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는 죄책감에 계속해서 쫓김과 동시에 전쟁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무너진 세상의 균형을 다시 맞춰야 한다는 책임감을 짊어져야만 한다.
또 다른 특이점은 이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 시즌마다 20여 편으로 구성된 아바타: 아앙의 전설은 기존에 미국에서 방영되던 옴니버스 형식의 키즈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모든 에피소드를 하나의 챕터처럼 구성했다. 한 에피소드라도 놓치면 다음 에피소드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키즈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전개 방식은 무모한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든 에피소드는 등장인물들의 성장에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퍼즐 조각으로 스토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이루고자 하는 각자의 목표와 그들을 막아서는 장애물을 뚜렷하게 제시해준다. 그로 인해 캐릭터들은 시청자들한테 입체적으로 느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정말 어린 나이에 봤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는 만화영화나 TV 애니메이션을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런 작품들의 공통점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제작자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작품 안에서 그걸 풀어내는 과정은 결코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아이들의 시선에서 그런 작품들은 의문점으로 남고 우린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그 물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아바타: 아앙의 전설은 그런 임팩트를 남기는 작품 중에 하나이며 어른이 된 지금도 언제나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