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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웅 Jul 19. 2023

27년 역사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진정한' 액션

영화에 대한 단상

영화<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네이버 포토, 스틸 컷


사실은 57년 역사 '미션임파서블 시리즈'

톰 크루즈의 영화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는 1966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CBS에서 방영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시리즈, 브루스 겔러(Bruce Geller)의 드라마 '제 5전선(TV Series / Mission: Impossible)'을 원안으로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톰 크루즈가 출연하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27년이 되었고 1966년 그 원작 '제 5전선'이 방영되었으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사실상 시작한지 57년이 넘은 장대하고 뼈대있는 작품인 셈이다.


영화<미션 임파서블> 네이버 포토, 스틸 컷

모두가 아는 그 장면

미국의 영화감독 줄스 다신(Jules Dassin)의 영화 중 <토프카피/Topkapi>(1964)라는 작품이 있다. 영화는 보석털이범들이 이스탄불 토프카피 박물관의 '술탄의 단검'을 훔치는 이야기로 케이퍼 무비의 원조격이 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토프카피/Topkapi>(1964)에서 줄리오(Giulio the Human Fly) 역을 맡은 질 시걸(Gilles Ségal)의 트릭 와이어 액션이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1996)에서 CIA에 잠입해 첩보원 리스트를 컴퓨터에서 빼내오는 장면과 아주 비슷한걸 보면 영화에 많은 영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강도질을 하는 절도범들이 등장하는 모든 영화들의 원조격인 '줄스 다신'의 또 다른 영화 <리피피/Du rififi chez les hommes>(1955)는 <오션스 일레븐>(2001)으로 시작한 '오션스 시리즈',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1992), 국내에서는 <범죄의 재구성>(2004), <도둑들>(2012)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케이퍼 무비들의 오리지널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리피피>(1955)는 개봉 당시 범죄자들을 위한 교육용 가이드로 활용될까 두려워한 파리 경찰청이 영화의 상영을 잠시 금지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장면의 구성이 대단히 꼼꼼하고 디테일이 무척이나 세밀하다. <리피피>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범죄영화들의 지침서로서 남아있다.

[로저 에버트『위대한 영화2』윤철희 옮김, 을유문화사,166-172쪽 참고]



테마곡 'Theme from Mission: Impossible'

영화를 실제로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미션 임파서블'하면 떠오르는 요소들, 익숙한 클리셰와 와이어 액션, 그리고 테마곡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이다. 시리즈가 영화화되며 조금 더 세련되게 편곡된 유명한 테마곡 'Theme from Mission: Impossible'은  아르헨티나 태어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과 파리음악원을 나온 '랄로 쉬프린(Lalo Schifrin)'이라는  작곡가가 탄생시킨 곡이다. 모스 부호에서 착안해 리듬과 정확히 일치하는 5비트 마디의 이 곡의 원제는 'Buring Fuse'였다고 한다.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긴 이 곡은 1967년 빌보드 핫 100에 7위까지 들기도 하며, 1968년에는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악기 테마상에 수상하기도 하였는데 아직까지도 이 곡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쓰이고 있다. 


불 붙은 도화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만의 시그니쳐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테마곡과 함께 도화선에 불이 붙는 순간 앞으로 펼쳐질 영화의 몽타주들과 크레딧이 빠르게 흘러가는 오프닝이다. 시간안에 임무를 완수해야한다 미션이 있다는 것은 이야기에 효과적이고 강력한 서스펜스로 다가온다. 촉박한 알람시계같은 테마곡의 인트로가 흘러나오고 조그마한 성냥이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도화선에 불이 붙는 오프닝을 보는 순간,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는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집중력에 관객 또한 그들과 한 몸이 된 것 처럼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5초 뒤 자동으로 폭파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불 붙은 도화선' 오프닝 처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는 항상 등장하는 상징같은 장면들이 있다. 영화에서는 CIA국장 조차 그 실체를 모르는 비밀 첩보 조직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위상에 걸맞게 비밀스러운 임무 전달 방법을 선택했다. 영화 초반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에단 헌트(톰 크루즈)는 '5초 뒤 자동으로 폭파합니다' 라는 지령과 함께 일상적인 물건들안의(미사일 경통안에 들어있는 선글라스를 제외하고는) 숨겨진 메세지를 받고서는 임무를 수락하는 장면이 꼭 나오게 되는데, 이는 브루스 겔러(Bruce Geller)의 TV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에서 부터 등장했던 유서깊은 전통이다. 시리즈가 거듭할 수록 기발하고 창의적인 지령 전달 장면이 만들어졌다.


<미션 임파서블>(1996)부터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2018)까지 가지각색의 지령 방법으로 에단 헌트(톰 크루즈)는 임무를 전달 받았다. 영화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는 <미션 임파서블3>(2006)까지 제목 뒤에 차례대로 숫자가 붙는 네이밍을 사용했지만 4번째 영화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에서 숫자 대신 부제를 붙히는 방법을 차용하였다. 시리즈는 지령을 전달하는 물건들, 그리고 임무를 전달하고 증거 인멸을 위해 파괴되는 반복되는 형식을 갖고 있지만 부제를 새롭게 붙히기 시작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에서는 조금 달랐다. 늘 오차 없이 5초뒤 메세지를 전달하는 통신기는 파괴되었지만 늘 그렇듯 지령을 받고 돌아서도 웬일인지 5초가 지나도 파괴되지 않는 통신기에 에단 헌트(톰 크루즈)는 다시 다가가 직접 주먹으로 내리쳐 폭탄을 작동시켜 파괴한다.


영화<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네이버 포토, 스틸 컷

러시아 크렘린 궁이 폭파해 미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곤란한 위기에 처하자 대통령은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을 지워버리려는 '고스트 프로토콜'을 발동한다. 따라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평소와 다른 조직의 지령 전달 연출은 영화에서 팀워크를 중요시 하는 IMF가 작전 실패로 내분에 빠지는 등의 위기를 겪게 되는 복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2023)의 지령 전달에서도 조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5초뒤 파괴되는 통신기의 상자 안에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페르구손)의 사진이 같이 들어가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페르구손)는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다. 


'첩보전의 꽃' 변장술

감쪽같은 가면을 한 번의 스캔으로 뚝딱 만들어내 모두를 속일 수 있는 정교한 변장 마스크는 임무가 수행되는 동안 관객조차 속이는 예측 불가능한 심리전을 걸어온다.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적으로 변장하고, 적이 에단 헌트(톰 크루즈)로 변장하기도 하면서 인질에게도 가면을 씌우는 등 첩보전의 형세가 바뀌는 다양한 각도의 강렬한 반전을 가져온다. 


영화<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네이버 포토, 스틸 컷

에단 헌트의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에단 헌트(톰 크루즈)는 끊임없이 달린다.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 총알을 피하기 위해서, 물을 피해서, 폭발을 피해서, 모래폭풍을 피해서 마구마구 달린다. 다양한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오랫동안 시원하게 달리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끝에 오는 상쾌함 처럼 쾌감을 가져다 준다. 심지어 높이 828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의 외벽에서도 달렸고 이륙 중인 비행기 위에서도 달리는 기상천외한 도전정신을 가진 그는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진정한 달리기의 달인으로 거듭 탄생한 듯 싶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2023)에서는 공항의 지붕 위에서 달렸고 떨어지는 기차 위에서도 달렸다.


또한 좁은 골목길을 달리다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페르구손)의 죽음을 목격하는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1996)에서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영상 수신기로 IMF 팀원들이 암살당하는 것을 목격해 그들을 찾기 위해 달리다가 사라 데이비스(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죽음을 발견하는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톰 크루즈의 '진정한 액션'

할리우드의 톰 크루즈는 홍콩영화에서 격하고 위험해보이는 액션을 성룡이 실제로 직접 해냈던 것 처럼 <탑건: 매버릭>(2022)이나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에서 스턴트맨이 대신하지 않고 손수 액션을 선보임으로써 진정한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케이퍼 무비 혹은 에스피오나지 필름 같았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어느 순간부터 액션 활극을 보러가기 위한 시리즈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할리파'의 외벽을 와이어 하나에 의존한채 올라갔었고,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 에서는 이륙하는 비행기에 맨손으로 메달리며,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2018) 맨몸으로 건물을 건너 뛰고, 스카이 다이빙을 하고 헬기까지 직접 운전해 추격씬을 촬영하기도 한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2023)에서도 새로운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영화<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네이버 포토, 스틸 컷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추격전이 가능할까 싶은 왜소한 '피아트 500'을 수갑에 묶인채 한 손으로 운전을 하는 묘기를 선보인다. 카체이싱 비하인드 클립에서 크리스토퍼 맥쿼리(Christopher McQuarrie) 감독이 원했던 것 처럼, 로마만이 줄 수 있는 추격전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냈다. 이탈리아의 최대 자동차 제조사 피아트의 노란 자동차를 타고 트레비 분수를 지나 콜로세움이 보이는 로마의 자갈길 위를 드리프트하며 질주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영화<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네이버 포토, 스틸 컷


영화를 보는 건지 서커스를 보는건지, 그의 보험료가 참 궁금해진다. 톰 크루즈의 사망 가능성 때문에 첫 날 촬영했다고 하는 그가 보여준 또다른 진기한 묘기는 오토바이를 타고 절벽을 향해 다이빙을 한 후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 이다. 심지어 헬멧도 착용하지 않고 뛰어내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너무 아찔해 말리고 싶다가도 또 보고 싶어 극장으로 찾아가는 기묘한 배덕감이 나에게 생기는 것 같다. 톰 크루즈가 오토바이를 질주해 공중에 떠오르는 순간의 고요한 사운드가 아직도 심장 속에 울리는 듯 같다. 


영화<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네이버 포토, 스틸 컷


최초의 영화로 알려진 '열차의 도착'을 뤼미에르 형제가 카메라로 담아냈을 때 훗날 필름메이커들이 달리는 열차 위에서 싸우는 장면을 찍을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2011), <더 울버린>(2013), 최근에는<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2023) 등 많은 영화에서는 열차 위에서의 전투 장면이 흔하게 나오는 연출이고, 시리즈의 첫 영화인 <미션 임파서블>(1996)에서 열차 전투장면이 보여진 적이 있으나 달리는 기차위에서 CG없이 실제로 촬영하는 것은 전혀 흔하지 않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2023)에서는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실제로 열차를 제작하였다고 한다. (열차가 석탄을 연료료 하는 증기 기관차인 것은 제작비를 줄이기 위함이었을까 혹은 기술적 문제일까)


빠른 속도의 열차 위에서 싸우는 것도 모자라 아예 열차 자체를 절벽 밑으로 떨어뜨려버린다. 열차는 1대 밖에 제작하지 않았기에 단 1번의 촬영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컴퓨터 그래픽 없이 위험한 장면을 실제로 촬영하는 이유는 생동감넘치고 사실적인 영상을 만들어낼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픽이 만연한 현 시대에 어찌보면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되기 때문에 자꾸만 시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몇 초를 위해 몇 년을 훈련해내는 톰 크루즈의 집념과 도전정신에 존경과 찬사를 보내며 2024년에 개봉할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TWO>의 '진정한' 액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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