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숙의 자리

늘 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있다.

by 민박집

 그 애를 본 건 내가 막 여덟 살이 된 해였다. 고작 여덟 살의 기억이 이렇게나 강렬하게 남으리라고 그땐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첫 학교, 첫 교실의 문턱을 넘어 딱딱한 나무 의자에 등을 기댔을 때 그 아이는 내 곁에 먼저 와 앉아 있었다. 당시 나의 학교는 아이들의 키 순서로 출석번호를 대신하는 방식이었고, 또래들에 비해 키가 작았던 나는 교탁 앞자리를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아이 역시 다른 이유로 선생님의 시야에 단번에 들어오는 나의 옆자리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내 곁에 앉은 아이는 아무래도 수상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를테면 가만히 앉아 있다 큰소리를 낸다든가 어눌한 말투로 말을 하며 가끔은 침을 흘리기도 했다. 물론 그런 건 나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고, 다만 가장 남달랐던 건 무엇보다 아이의 엄마가 교실 밖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엄마 진숙은 자신의 딸이 행여 소란을 일으킬까, 일 년 내내 1-4 팻말 적힌 복도 끝 오른편에 앉아 있었다. 볕이 아주 잘 드는, 뜨듯하게 데워진 그곳이 진숙의 자리였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던 어린 나는 유독 그것이 부러웠고, 언젠가 나의 엄마에게 나도 그 아이처럼 엄마와 함께 등교하자며 졸랐던 적이 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철없기 그지없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아이의 모습은 누구보다 환하다는 것을,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 진숙은 자신의 존재로서 그 아이에게 빛을 주고 있었던 게 아닐까. 진숙은 그렇게 6년을 길고 긴 복도 끝 어딘가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나의 부모님을 통해 여전히 안부를 주고받는 진숙의 꿈에 대해 엿들은 적이 있다. 진숙의 꿈은 자신의 딸 아이보다 딱 이틀 더 사는 것. 그리하여 모든 이의 빈자리를 정리하고 자신을 정리한 뒤 고요하고 한적한 미래 속으로 조용히 사그라지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는 아이의 딸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뒤에 걷는 것. 그 아이의 뒷모습을 열망하는 진숙의 목소리가 진하게 퍼지는 듯했다.

 겨울 볕 아래서 이 글을 쓴다. 어딘가에서 또 같은 자세로 고고히 앉아 있는 진숙을 생각한다. 평생을 내어준 진숙의 허리춤에 고요히 볕이 내려앉길, 그로인해 좀 더 따뜻해지길 조용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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