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려 꽃 좋고 열매 많노

나는 노잼 선비입니다

by 박독자
무슨 그림일까요

[집단 심리 상담]

직장의 도움으로 집단 심리 상담을 했다.

간만에 합법적(?)으로 술도 없이 인생관을 나눌 수 있었다.

이렇게 술기운 없이 맨정신에 인생관을 나누기 좋아한다.

보통 주변인들은 술자리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친목을 도모한다.(난 친구가 별로 없다.)

난 술도 못하고 두서 없이 대화하는 것은 즐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치관을 나누는 깊은 관계는 거의 없다.

(어쩌면 대부분 없을지 모른다.)

(유독 남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할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노잼, 선비라고 부른다.


[네 노잼 선비 맞습니다]

어떤 때는 이런 수식어가 너무 싫었다.

나도 재미나게 무리의 관심을 받으며 잘 지내고 싶었다.

가끔 드립을 날리거나 재미난 이야기했다.

하지만 관심도 받지 못하거나,

때로는 무시를 당하거나,

괜찮은 반응이면 노잼, 선비 소리를 듣는 수준이었다.

(ㅠ나의 사춘기여)

어떤 때 문득 생각했다.

나를 단편적으로 보는 타인의 호칭에 영향받지 말자!

그래, 나는 노잼 선비가 맞다.

그렇게 매사에 진중한 나의 모습을 사랑하기로 했다.


[술자리 빌런썰]

술과 진지한 이야기의 부조화는 과거 실수에서 기인한다.

20대 초반, 어릴 적 친구들과 가진 술자리였다.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니 나의 노잼선비 자아가 나왔다.

주구장창 나의 생각과 비전을 떠들었다.

(다들 멋진 어른이라 나도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당시엔 미성숙한 사람이었다.

눈치도 없었고, 들을 줄도 몰랐다.

막연하게 누구나 내 이야기를 좋아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함께하던 절반은 재미가 없다며 집에 갔다.

나보다 어른이던, 절반은 이야기를 참 잘 들어주었다.

몹쓸 용기를 얻어 8시간이나 거의 혼자 떠들었다.

(음 난 노잼선비가 맞고, 대화를 할 줄 몰랐다.)

첫 차 버스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던 것을 기억한다.

참 부끄러운 경험이다.


[용비어천가]

그런 과오를,

나의 이야기를 쏟아내면 누구나 함께 하리라 착각했던,

과거에 묻었다.

우선 홀로 단단해지고자 다짐했다.

명확한 비전과 단단한 내실을 겸양하고다 했다.

누구나 깊게 뿌리 내리고 싶은 비옥한 토양이 되고자,

그런 토양에 나의 삶부터 하나씩 심어가고자,

지금도 나의 메신저 한줄 소개는 다음의 구절이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려 꽃 좋고 열매 많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