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는 힘이 사람의 진짜 힘이야; 정혜윤(2023)
본질 탐구 및 본연의 특성 추구.
피상적 허울과 부푼 껍데기는 금세 들통나기 마련.
인생에 관한 미식가적 접근으로 순간을 음미.
이런 마음을 가진 까닭에 성격유형검사가 싫다.
몇가지 얄팍한 유형으로 하여금 규정할 수 없다.
사실, 성격유형 검사 그 자체가 싫지 않다.
그 보다는 이 검사를 통한
판단을 은근히 강요하고 눈 앞에 들이미는 풍습이 싫다.
너무 쉽고, 지나치게 빠르고, 불필요하게 간단히.
사람을 판단한다.
나는 스스로 쉽고, 빠르고, 간단히 판단할 수 없다.
다양하고, 가변적이고, 연속적이자 연쇄적이며, 급속도로 빠르게 지나가는 시공간을
수직적으로 초월해야 한다.
느리게, 서서히, 꽤 힘들지만 조금씩 그렇게 알아간다.
그 누구보다 자신의 지조를 사랑한
<추방당항 왕후>같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5년 정도는 사랑을 위한 준비를 하겠다 다짐한다.
어떻게 그리고 무얼 사랑하는지 찾는 것이 옳다 생각한다.
반대하는 힘이 한 사람의 진짜 힘이라지만
, 실제로 꽤 동의하는 편이다,
무조건적 반대는 지양한다.
논리와 대책 없는 반대는 파멸을 초래한다.
반대, 그 이후의 사태를 고려해야 한다.
논리와 대책 없는 사랑은 파멸이다.
쉬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기분에 맞춰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면피하기 위한 거짓 가면을 쓴 경극과 같다.
결국 가면을 모두 벗고 맨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
사랑은 논리와 초라함을 넘어서는 낭만의 영역이다.
하지만 모든 사랑의 순간을 낭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
보기 싫어 구석으로 밀어두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다만 그 5년의 시간 동안 사랑을 피하지 않을테다.
나와 그 주변을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사랑할 것이다.
짝이 없어 외로이 책상에 엎드려 울쩍이던 10대는 갔다.
그 외로움이라 일컫는 시간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거리를 유지하는 외로움의 먹구름 조차 사랑할 것이다.
환경(nature)을 누리는 삶을 꽤 즐긴다.
산과 바다를 찾아 나선다.
일에 묻혀 있다가 상쾌한 공기를 들이쉬려 바람을 쐰다.
하지만 정작 이런 환경을 지키는 것에는 생각이 없다.
그 일 전까지는,,
학주시절 한 동기와 우연히 매점을 갔다.
허물없이 가깝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당한 친구 사이였다.
(말의 속 뜻을 어렵게 파악할 필요가 없는)
그 날은 바나나맛 단지 우유를 마셨다.
여느 때 처럼 얇은 빨대를 꺼냈다.
그 친구가 내게 말한다.
빨대 쓰면 바다 거북이들 코에 박힌다. 쓰지말아라.
저항없는 말투에 저항없이 도로 넣었다.
친구는 내게 경각심을 주려는 큰 뜻을 품지 않았다.
지나가던 평소 생각의 갈피를 내 손에 쥐어줄 뿐이다.
다만, 그 말은 내게 꽤나 강한 경종을 울렸다.
결론적으로 그 날 이후로 빨대를 쓰지 않는다.
우연인지 그 이후 플라스틱 빨대가 사회에서 멀어졌다.
카페에서는 종이 빨대 도입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빨대 없이 마시는 뚜껑이 생겼다.
빨대를 넘어서 환경을 헤아릴 줄 알게 되었다.
스스로 위선적임을 알지만,
의식적으로 착한 일이라 생각하기에,
길가다 보이는 쓰레기를 줍는다.
우포늪 기러기와 고니의 소리를 사랑할 자격이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