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와 인디 사이

by DjGirin

메이저와 인디.


이 두 단어는 음악계를 나누는 경계처럼 여겨진다. 메이저는 대형 기획사, 인디는 독립 뮤지션. 메이저는 안정, 인디는 자유. 메이저는 시스템, 인디는 생존.


하지만 63명의 뮤지션을 만나면서 깨달았다. 그 경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흐릿하다.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


SAM은 인디 아티스트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인디 아티스트들이 쉽지 않아요. 모든 거 다 하면서 나의 길까지 가면서."


작곡, 작사, 녹음, 믹싱, 마스터링, 앨범 디자인, 홍보, 마케팅, 공연 기획, 정산. 메이저에서는 각 부서가 나눠서 하는 일을 인디에서는 한 사람이 다 한다.


권혁주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혼자 다하기 쉽지 않죠."


그는 군대에서 솟아오르는 아이디어로 곡을 만들었다. EP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주변에 이제 친구 세션 하는 친구들한테 좀 조언도 구하고 같이 좀 해 달라고 얘기도 해보고 싶긴 한데 이게 막상 그니까 저 혼자서 곡을 쓸 때 되게 편했는데 이게 많은 구상을 해야 되니까 좀 힘들더라고요."


혼자 쓰는 건 편하다. 하지만 혼자 다 하는 건 다른 이야기다.




연습생에서 인디로


P.ne는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다.


"아이돌 준비 자체는 제가 한 13살 14살 때부터 혼자 했었고. 근데 연습생 기간이 정말 짧아 가지고. 19살에 처음으로 이제 합격을 해서 3개월간 연습생 생활을 했었어요."


3개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녀에게 물었다. 그 생활을 돌아보면 어떤가.


"약간의 후회가 남는 것 같은 면서도 일찍 잘리기 잘했다."


후회와 안도가 공존한다. 왜 후회가 남는지 물었다.


"제가 좀 낯도 많이 가리고 끼를 못 보여줘요. 그때 당시에는 끼가 있어도 부끄러움이 좀 더 앞섰던. 범생이 이미지를 보여 주는게 좋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 뭔가 나중에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런 범생이 이미지는 오히려 끼가 없게 보일 수 있다."


메이저 시스템에서는 끼를 보여줘야 한다. 튀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못 했다.


지금 P.ne는 인디 뮤지션이다. 유튜브 채널 '낭만이 피해'를 운영하고, 흑인음악 동아리에서 창작곡을 만든다. 연습생 시절 보여주지 못했던 끼를, 지금은 자유롭게 표현한다.




자유라는 것


클라베는 입시 시절을 회상했다.


"입시할 때가 제일 음악이 싫었어요. 반대로 뭔가 막 더 잘해야지 이런 거보다는 1년 기간은 왜 이렇게 그냥 이것만 좀 끝나면 좀 더 자유롭게 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했던게 많이 떠오르네요."


자유롭게 음악하고 싶다. 입시도, 기획사도, 시스템도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게 인디의 매력이다. 하지만 그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커비는 자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사람."


하지만 색깔이 강하면 협업이 어렵다.


"다른 프로듀서 분들하고도 작업을 할 때 프로듀서 분들이 저를 되게 어려워 하세요. 왜죠? 제가 색깔이 너무 세니까."


메이저에서는 프로듀서가 방향을 정하고 아티스트가 따라간다. 인디에서는 아티스트가 방향을 정한다. 하지만 그 방향이 너무 강하면 아무도 함께하지 못한다.


커비는 그래서 확고함을 강조했다.


"확고하지 않으면 망한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방향을 정하는 것은 내 몫이다. 그 방향이 틀리면 그것도 내 책임이다.




유통사라는 중간지대


권혁주는 나사이라는 밴드로 활동한다. 그는 유통사를 통해 음악을 발매한다.


"포크라노스, 비스킷 사운드 거쳐서 이제 유통사인 곳을 통해서 음악을 발매하고 있습니다."


유통사. 메이저도 아니고 완전한 인디도 아닌 중간지대.


유통사를 통하면 스포티파이에 아티스트 페이지가 생긴다. 유튜브에 공식 토픽이 생긴다. 혼자 할 때보다 전문적으로 보인다.


"유튜브 토픽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공인 마크도 생기고."


하지만 유통사를 거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곡은 직접 써야 하고, 녹음도 직접 해야 하고, 홍보도 직접 해야 한다.


그는 군대 가기 전에 18개월치 음악을 녹음했다고 했다. 그 준비성, 그 치밀함. 인디 뮤지션에게는 그런 게 필요하다.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예전에는 명확했다. 메이저는 대형 기획사, 인디는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메이저는 TV, 인디는 인터넷. 메이저는 아이돌, 인디는 밴드.


지금은 다르다.


유튜브 덕분에 인디 뮤지션도 전 세계에 음악을 보낼 수 있다. 디스트리뷰터 덕분에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에 음악을 올릴 수 있다. SNS 덕분에 팬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메이저에 있던 아티스트가 인디로 오기도 한다. P.ne처럼 연습생에서 인디로 전향한 사람도 있고, 소속사를 나와 독립하는 가수도 많다.


반대로 인디에서 메이저로 가는 사람도 있다. 버스킹 출신이 대형 기획사와 계약하기도 하고, 유튜브에서 발굴되어 데뷔하기도 한다.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중요한 건 레이블이 아니라 음악이다.




VMR에서 만난 이야기


VMR 인터뷰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인디밴드는 연예인들보다 게으르고 못생겼고 돈이 없는데 연예인들과 동등하거나 더 좋은 음악을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자조적이지만 정확한 표현이다. 돈이 없고, 시스템이 없고, 지원이 없다. 그래도 음악을 한다. 좋은 음악을 하려고 한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봉구비어에서 맥주 마시다가 첫 음반 계약 체결."


허름한 술집에서 계약이 이뤄진다. 그게 인디다.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진심이 있다.




인디의 자부심


수코지는 인디팝 아티스트다. 그는 인디신의 활성화를 바란다.


인디는 부족함이 아니다. 선택이다. 내 음악을 내 방식으로 하겠다는 선택.


SAM이 말했듯, 인디 아티스트는 쉽지 않다. 모든 걸 다 하면서 나의 길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그 길은 온전히 내 것이다.


메이저에 가면 더 많은 사람이 내 음악을 듣는다. 더 좋은 장비로 녹음한다. 더 큰 무대에 선다. 하지만 내 음악이 아닐 수 있다. 기획사가 원하는 음악, 시장이 원하는 음악을 해야 할 수 있다.


인디에서는 내가 원하는 음악을 한다. 돈이 안 되어도, 인기가 없어도. 내 음악이니까.




내가 선택한 자리


나도 생각해 봤다.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VMR 호스트로서. 메이저도 아니고 인디도 아닌 어딘가에 서 있다.


대형 기획사의 시스템은 없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다. VMR을 통해 만난 63명의 뮤지션이 있다. 함께 음악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메이저와 인디 사이. 그 경계에 서 있는 게 나쁘지 않다. 두 세계의 장점을 취할 수 있으니까.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 묻는다.


메이저를 꿈꾸는가? 아니면 인디를 선택했는가?


어디에 서 있든 괜찮다. 중요한 건 레이블이 아니라 음악이다. 내가 만든 음악이 누군가에게 닿는 것. 그게 본질이다.


P.ne는 연습생에서 인디로 왔다. 후회도 있지만 안도도 있다. 커비는 색깔이 강해서 협업이 어렵지만, 그래서 자기 음악을 한다. 권혁주는 유통사를 통해 음악을 내지만, 여전히 모든 걸 직접 한다.


메이저와 인디. 그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남는 건 음악뿐이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라. 어디에 서 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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