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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 Jan 14. 2019

R.I.P seoul

창전동


What 알아이피 서울

Where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 11길 35

Detail 금요일 21:00-01:00, 토요일 17:00-23:00

Mood 예술로 채워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곳.


만일 친구가 창전동 주민이 아니었더라면, R.I.P seoul과의 인연은 꿈도 꿔볼 수 없었을 거다. 근래 들어 자취방 뒤편에 독특한 공간이 하나 둘 생겨 나는 것을 보고, 일부러 집 주변을 빙- 둘러 가보았다는 내 친구. 그중 하나인 R.I.P seoul은 대체 언제 문을 여는 건지 모르겠어서 더욱 궁금증을 유발한다고 했다. 나도 하교를 하던 참에 동행했는데, 창전동의 좁다란 골목길에는 실로 정체 모를 공간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다분한 주택가 사이에 존재하는 미지의 구역. R.I.P seoul은 역시나 불이 꺼져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일주일에 고작 이틀, 그것도 저녁에서 늦은 밤까지만 연다.


R.I.P seoul의 정체는 'Rest In Place'라는 뜻을 지닌 와인바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앞치마를 곱게 맨 두 명의 사장님이 따뜻한 미소로 맞아 주었고, 우리는 곧장 바깥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하고 말았다. 푸르스름한 납빛의 벽면은 그 자체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작고 화려한 금장 거울이 양옆으로 족히 여덟 개는 달려 있었다. 오래된 성의 대문을 떼다 놓은 듯한 원목 테이블에 놓인 장미꽃 한 송이가 붙은 편지 봉투를 열자, 불에 그을린 악보가 나타났다. 종이를 이렇게 멋들어지게 태울 수 있다니? 이것이 메뉴판이었고, 마치 하나의 예술적 오브제 같았다. 빈티지 가구, 잔, 그릇 하나하나에서도 섬세한 예술 감각이 돋보였다.


우리는 나폴리탄 스파게티와 삼겹살 야끼 파스타 그리고 하우스 와인을 주문했다. 생생하게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윽고 요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달지 않은 와인을 머금고 따뜻한 음악을 듣다 보니 이곳의 공간감을 오롯이 실감할 수 있었다. 감탄을 더하는 건 바로 두 사장님과 나눈 대화였다. '이토록 멋스러운 공간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가'는 이들과 잠시 대화를 해본다면 금세 그 답을 알 수 있다. 좋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좋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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