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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 May 11. 2021

바마셀(Bamaself)

용산

What 바마셀(Bamaself)

Where 서울 용산구 원효로89길 12

Detail 평일 10:00-19:00, 주말 11:00-19:00

Mood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최현선 바리스타의 특별한 에스프레소바




"좋아하던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일만큼 행복하고 동시에 불행한 선택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커피가 가진 마력에 영혼이 사로잡혔던 순간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 열락의 순간은 지금도 황홀함과 회한을, 칭송과 탄식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안암동 카페 보헤미안에서였다."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의 책,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의 첫 문단이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업으로 삼는 것이란 과연 쉬운 일이 아니다. 막상 생계와 연결되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애정하는 마음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좋아하는 것을 그저 '취미의 영역'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삶에서 중요시 여기는 가치가 다르기에, 어떤 것이 옳고 또 어떤 것이 틀리다고 말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저 삶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지금껏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가까이에서 혹은 멀리서 지켜본 바로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어떤 힘이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들에게서 뿜어 나오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 일이 곧 삶이 된 사람들, 그러니까 삶과 일이 일치하는 사람들은 시간과 돈에 쫓기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 마음의 힘이 충만한 에너지로 치환되어, 그 사람의 기운을 만든다.

   

하나의 분야에 미쳐서 몰입하고, 즐기고,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경험할 때마다 나는 일상이 보다 맑고 밝아짐을 감각했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카페 바마셀도, 커피에 빠진 한 바리스타가 자신만의 철학과 정신으로 운영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대한민국 커피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5 Extracts' 최현선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바마셀은 '5 Extracts'의 창립 멤버이자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던 최현선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탈리아 스타일의 커피를 제공하는 에스프레소 전문 바로, 목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7시까지 영업한다.


바마셀은 'by my self'의 준말로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최현선 바리스타가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오래갈 수 있는, 동네에 녹아드는, 손님들을 기억하는 그런 매장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카페를 방문하기에 앞서 몹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바마셀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을 보니, 커피계의 유명인사가 모두 다녀 갔다는 사실! 앞서 언급한 커피리브레의 서필훈 대표를 비롯해 프릳츠, 블루보틀, 리사르, 펠트, 모멘토 브루어스, 베르크 로스터스 등 유명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의 대표들이 이곳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바리스타와 라떼아트 전문가들이 줄지어 방문하기도 했다. 안 가볼 수가 없을 만큼 호기심을 자극했기에, 바로 다음날 바마셀로 향했다.


깔끔한 화이트톤에 초록색으로 포인트를 준 외관처럼 내부 역시 초록색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의자가 3~4개 정도밖에 없는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에스프레소바'라는 장소의 특성과 어울렸다. 밝은 핀 조명보다 더욱 명랑한 색감을 지닌 노란색의 USM Haller 수납장이 커피바에 놓여 있었다. 안에는 말로만 듣던 최현선 바리스타가 부지런히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빠르게 커피를 마시고 떠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이탈리아의 어느 작은 카페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메뉴는 에스프레소/ 카페 콘 쥬케로/ 마키아토/ 카푸치노의 'HOT' 커피와 샤케라또/ 카페 크레마/ 트리콜로레/밀크 젤라또 쉐이크 등의 'ICE' 커피가 있다. 원두는 4가지 종류의 원두를 블렌딩해서 사용하고 있다. 테이크아웃 메뉴(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바닐라 라떼 등)는 앞서 나열한 메뉴들과는 다르게 싱글 오리진 원두를 사용하는데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과테말라 miramundo 마라카투라 washed 원두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에 온 자, 결코 한잔으로 끝낼 수 없을터. 나는 설탕을 넣은 잔에 에스프레소를 내린 '카페 콘 쥬케로'를 먼저 시켜 보았다. 과연 두 눈이 번뜩 뜨이는 맛이었다. 쫀쫀한 에스프레소에 설탕이 결합되어, 맛의 균형이 매우 뛰어났다. 단맛, 쓴맛, 산미가 고루 분포해 어느 맛 하나가 튀지 않고 조화로웠다. 다음은 에스프레소에 소량의 우유가 들어간 '마키아토'. 예상했던 대로 진하고 보드라운 맛이 일품이었다. 혀끝에 감도는 커피 향이 차분하면서도 산뜻했다.


마지막으로는 이곳의 인기 메뉴 '트리콜로레'를 주문해보았다. 카페 크레마에 그라니따(커피 얼음)와 비앙코(밀크젤라또)를 얹은 아이스크림이다. 세 가지 다른 색깔의 재료가 결합된 트리콜로레의 섬세한 비주얼에 압도되기도 잠시, 금세 다 해치웠다. 맛은 우리에게 익숙한 '더위사냥'과 흡사했다. 세 잔을 연달아 맛보았지만 입안이 전혀 텁텁하거나 물리지 않았다. 이 모든 메뉴가 각각 4000~4500원 사이를 오간다니, 그저 놀랍다.


커피를 마시는 내내 동행인과 입을 모아 나눈 이야기가 있다. 바마셀은 커피맛만으로 승부를 보아도 되지만, 주변 환경이 묘하게 이곳의 매력을 더한다고!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이 어쩐지 유럽 골목길의 한 귀퉁이를 연상케 한다. 낡은 담갈색 벽과 맞은편 카페의 이국적인 디자인 그리고 한가로운 거리가 아름답고 평화롭다. 이런 곳이 집 가까이 위치한다면 기꺼이 매일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에스프레소를 한잔 가볍게 털어 넣고, 서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다음 행선지로 기분 좋게 출발하는 어떤 사람들의 환한 얼굴을 떠올려 본다. @bamaself_coffee


+추가 정보

바마셀은 효창공원역과 남영역 사이에 위치한다. 위치상으로 용산경찰서와 도보로 1분 거리에 위치한다. 근방에는 헬카페 보테가와 오츠커피도 있으니, 가는 김에 커피 투어를 즐겨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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