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교통

2주간의 영국 여행기(2017)

by gil


독자적 그리고 독보적인 런던의 교통편 기록



영국땅을 밟은 후 숙소로 가기 위해 처음으로 이용한 교통편은 지하철, 바로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였다. 멀리서 보아도 잘 보이는 데다가 예쁘기까지 한 언더그라운드의 로고는 가히 심벌로 자리 잡을만하다. 언더그라운드를 타기 위해 오이스터(Oyster) 카드를 만들고 노선도를 살피니 비로소 타지에 와있는 게 실감이 났다. 나는 지하철에 올라탄 후 행여 놓칠까 미리 출력해둔 호스텔 위치를 몇 번이나 만지작 거리며 확인했다. 공항에서 출발한 지하철의 특성상 나처럼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있었다. 내 앞에 아무런 짐도 없이 머리를 쿨하게 올려 묶은 외국인 언니를 제외하고는. 듣던 대로 영국의 지하철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통신이 되지 않는다. 자연스레 주위의 사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비일상적인 풍경에 집중하게 됐다. 옆에 앉은 네 명의 남성 무리는 이탈리아(아니면 유럽 그 어딘가)에서 온 듯한데,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듯 들뜬 목소리로 내내 수다를 떨었다. 이때 이들의 말을 해석해주는 도구가 있으면 당장이라도 사용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을 그리 즐겁게 하는지. 숙소가 위치한 역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첫날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한숨 고른 뒤 시계를 보니 열 시가 채 안되었다. 이대로 자기엔 아쉬워서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밖으로 나왔다. 10분만 걸으면 타워 브리지가 나타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황홀한 야경에 '아, 나 진짜 영국에 왔구나' 다시 한번 실감하며 다리 위를 바라보는데, 이층버스가 지나간다. 영국의 Icon 중 하나인 double-decker, 이층버스. 다음날 바로 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서려는 찰나, 한 외국인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지금 저는 왔던 길이라도 제대로 기억해서 찾아가면 다행인 사람입니다만..



해도 안 뜬 새벽에 일찌감치 눈을 뜨고(라고 쓰고 시차 부적응자라 읽는다) 한참 헤맨 끝에 버스 정류장을 발견했다. 사실 지나온 길 곳곳엔 저렇게 생긴 정류장이 있었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데려다주는 정류장은 바로 Stop J의 Monument station이었다. 여기서 오는 15번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려서 9번으로 갈아타면 Hyde park에 갈 수 있다. 이 정류장에서 영국에 사는 필리핀 아저씨와 짧은 대화를 하게 됐는데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 우리나라를 간단히라도 소개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상식은 영어로 알아둬야겠다는 거다.



같은 날의 하늘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영국에선 너무도 당연한 듯하다. 그런데 빨간 이층버스는 이 나라의 모습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길을 거닐면서 이층버스를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카메라부터 들었다. 영국을 한결 더 영국답게 만들어주는 상징이 아닌가 싶다.



이층버스의 벨은 팅-하는 가볍고 밝은 소리가 난다. 버스의 고요한 적막을 깨는 유일한 경쾌음이랄까. 윗칸에 타서 바깥을 바라보면 시야가 확 트인다. 그래서인지 윗칸 맨 앞좌석은 언제나 인기석이다. 그 자리에 비길 기다렸다가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굴 카드, 오이스터 카드다. 처음에 7일권으로 한번 끊고, 이후에 일주일을 더 연장했다. 하도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두 번이나 추가로 충천했다. 자국민 거기다 외국인 여행객까지 모두 이 하나의 카드로 통일을 하니 수입이 어마어마할 것 같다. 아, 좀 신기했던 건 언더그라운드 역마다 개찰구 앞에 직원들이 꼭 있어서 정말 편하고 좋았다.



영국의 교통편을 총평하자면, 이용하기 쉽고 편리했다. 언더그라운드의 경우 배차 간격이 2분 이내여서 한번 놓쳐도 다음 차를 금방 탈 수 있었고, 환승할 때 이동하기 편했다. line의 이름과 방향만 확인한다면 헷갈릴 일 없이 갈아탈 수 있었다. 버스는 정류소마다 쓰여있는 알파벳을 보고 타면 된다. 그러면 만사 오케이다. 유명 관광지라면 한 버스만으로도 다 돌아볼 수 있다. 24시간 버스도 많아서 차를 놓치거나 집에 못 돌아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교통 하나는 선진국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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