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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건우 Jun 27. 2018

충전수업 - 쩐의흐름 편

충전수업                

저자 양보석

출판 아라크네

발매 2018.04.10.

 
은퇴  만날  있는 진짜 위험들
 
은퇴 후에는 수명 리스크 이외에도 노후에 재정적인 부분을 뒤흔들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수명 리스크’라 함은 은퇴자의 수명이 너무 짧아 행복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수명이 너무 길어 사망 이전에 준비한 은퇴 자산을 모두 소진해 버릴 수 있는 위험을 뜻한다.
 
이외에도 노후에 만날 수 있는 위험은 부부 및 자녀 관계, 건강, 경제활동과 관련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가령 이혼을 하게 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 또는 창업에 실패하거나 사기를 당하게 되면 은퇴자들의 가정경제에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끼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위험이 은퇴 이후에 나타나게 되면 그로 인한 피해가 더욱 클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중 노후의 삶을 뒤흔들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갖는 주요 위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은퇴 창업에 실패할 위험이 있다.
은퇴자 또는 예비 은퇴자의 창업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절반가량이 50대 이상 장·노년층인 것으로 나타난다.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증가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창업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되는데, 최근의 경기 침체로 인해 재취업이 어려워지자 진입 장벽이 낮은 자영업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진단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자영업에 진출한 후 3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는 비중이 2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은퇴자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음식점이나 잡화점 같은 경우 폐업 확률이 더욱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1955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다. 약 900만 명 정도나 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은퇴자가 무작정 창업을 했다가 실패하게 되면 투자 비용은 물론 부채까지 떠안게 되기 때문에 노후 생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창업보다는 재취업이나 파트 타임직이 나을 수도 있다.
 
둘째고령자를 대상으로  금융 사기가 다양한 수법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대체로 이들 수법을 보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식으로 부에 대한 환상을 심어 주거나 투자회사의 평판이 좋고 특정인이 특별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여 신뢰성을 확보하는 식이다. 또 유명인사도 투자한다고 하여 사회적으로 안전한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선물 등의 갖가지 호의를 보여 가며 투자를 유도하기도 한다.
금융 사기는 당할 확률은 좀 낮은 편이지만, 그러나 이러한 금융 사기 수법에 넘어가 한번 사기를 당하기라도 하게 되면 피해 금액이 평균 7,000만 ~ 8,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크기 때문에 노후 생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심된다 싶으면 적어도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신고센터(국번 없이 1332번)로 전화해서 그 회사만이라도 조회해 보는 게 낫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소에 금융지식을 쌓아 둘 필요가 있다. 잘 모르니까 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은퇴 자금이 조금 부족하다 하더라도 아껴 쓸 생각을 하면 되는데, 단기간에 큰돈을 벌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당하는 경우들이 꽤 많다. 결국 조급한 마음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
 
셋째고령자들 대부분은 사망 전까지 각종 암이나  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  중증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이상 2명 중 1명은 암이나 혈관질환에 걸린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치매를 앓게 될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중증질병은 의료비뿐만 아니라 간병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이가 들수록 급증하는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안락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워진다.
 
넷째최근 들어 전체 이혼 가운데 혼인 기간이 20 이상에 해당하는 황혼이혼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건수로만 보면 혼인 기간 4년 미만인 부부보다 20년 이상인 부부가 이혼을 더 많이 한다. 특히 60~64세 이혼율이 크게 증가한 편이다.
그런데 황혼이혼을 하게 되면 부부가 재산을 분할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각자의 노후 재정이 위험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이혼 시점의 재산뿐만 아니라, 이혼한 배우자가 받을 연금도 분할할 수 있는 추세이다.
결국 전반적으로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황혼이혼으로 재산을 분할하게 된다면 노후 재정 불안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다가 이혼에 따른 위자료는 재산 분할과 별개이기 때문에 재산 분할로 인한 노후자금 부족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인 부분만 생각한다면 황혼이혼은 정말 신중해야 될 것이다.
 
다섯째성인 자녀와 함께 살게  위험이 있다.
경기 침체와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대학을 마쳤는데도 자녀가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게 되면 은퇴자 입장에서는 자녀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더군다나 결혼 시기가 점차 늦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자녀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부모와 동거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부모의 성인 자녀에 대한 부양 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라, 자녀가 결혼한 이후에도 자녀 대신에 손자녀를 양육하게 되거나 이혼이나 실직을 당한 자녀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렇게 성인 자녀와 동거하게 되면 부모의 생활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급적 자식도 은퇴설계에 포함시키는 게 좋다. 자녀와 함께 살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졸업도 길어지고 취업난에, 결혼도 늦어지니까 대부분의 가정이 자녀 리스크가 있기 마련이다. 만약 자녀를 지원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럴 때를 대비해 은퇴자산을 더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녀를 일찍 독립시키는 게 서로를 위해 더 나을 수도 있다.
 
 
현금흐름표와 재무상태표
 
현금흐름표와 재무상태표는 원래 기업에서 쓰이는 것이다.
이 현금흐름표를 가정에서 간단히 작성한다고 하면 A4 용지를 반으로 접어서 왼쪽에는 본인의 월 소득을 적고, 오른쪽에는 월 지출을 항목별로 모두 적으면 된다.
매월 500만 원을 번다면 그걸 왼쪽에 적고, 오른쪽에는 한 달 동안 지출하는 통신비 얼마, 식비 얼마, 월세 얼마 등등을 적는 것이다. 그러면 소득에서 지출을 뺀 순소득이 나온다. 그렇게 자신의 현금 흐름을 매월 점검해 보는 것이 현금흐름표이다.
 

 재무상태표도 마찬가지로 종이를 반으로 접어서 왼쪽에는 내 자산을 모두 적고, 오른쪽에는 부채를 모두 적는 것이다.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으면 아파트 얼마, 통장에 얼마, 펀드에 얼마 등등을 다 적으면 전체 자산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아파트 담보대출이라든지 신용대출, 카드대출 등 갚아야 할 돈을 다 적고서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을 오른쪽에 적는다. 그러면 그게 진짜 순자산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재무 상태를 제대로 알기 위해 작성하는 표인 셈이다.
 

 
재무상태표 작성법
 
왼쪽에는 본인 또는 가정의 재산을 쭉 적는다. 금융회사에 맡겨 놓은 예금, 적금, 펀드, 주식, 보험, 연금도 있고, 아파트와 같은 주택이나 자동차 등등의 자산들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빚을 쭉 적어 내려간다. 부동산담보대출, 자동차 할부, 신용카드 대금, 학자금 대출 등등이다. 그러면 왼쪽에는 자산의 총자산 합계액을, 오른쪽에는 총부채 합계액을 구할 수 있다.
그럼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빼면 내가 얼마의 재산이 있는지, 빚은 얼마 있는지, 재산에서 빚을 빼고 나니 남는 게 얼마인지 한눈에 알 수 있게 된다. 그게 바로 본인이나 가정의 순자산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을 작성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작성 날짜를 반드시 적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또 재무상태표를 작성할 때, 얼마의 기간 동안 얼마의 자산이 늘거나 줄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재무상태표는 자신이 보유한 자산이나 부채의 시가나 평가금액으로 기록해야 한다. 적금이면 매월 얼마 납입하는 금액을 적는 게 아니라, 현재까지 총 얼마 부었나를 적는 것이다. 주식이나 펀드도 투자원금을 적는 게 아니라, 기록 당시의 평가금액을 적어야 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로 구입 당시의 가격이 아닌 현재 시가를 기록해야 한다. 
부채는 본인이 빌린 총 부채액 중 앞으로 갚아야 할 현재 잔액을 적어야 한다.
 

 
마법의 72 법칙
 
‘72의 법칙’은 ‘자산이 두 배로 불어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를 계산하는 일종의 공식이다. 예를 들어 복리가 적용되는 은행 상품에 가입했는데 금리가 연 4%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이 돈이 두 배로 불어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간단히 전자계산기를 사용하여 72를 4로 나눠 보면 쉽게 18이 나온다. 즉 연 4% 복리의 원금이 두 배가 되려면 18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연 6%짜리 금융상품에 가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역시 같은 방법으로 72를 6으로 나누면 12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연 6% 복리의 원금이 두 배가 되려면 12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처럼 72의 법칙은 복잡한 암산 능력이나 공학용 전자계산기가 없어도 간단히 내 자산이 언제 두 배로 불어날 것인지를 계산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72의 법칙이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렇긴 해도 그런 작은 차이 때문에 자산관리나 투자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쉽고 편한 방법이라 널리 사용되고 있다.
 
복리로 계산되는 72 법칙
그렇다면 72의 법칙은 이렇게 단순한 계산식에 불과한 것일까? 물론 아니다. 이를 응용하면 유익한 또 다른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다. 이번에는 기간이 주어졌을 때 자산을 두 배로 불리려면 금리, 즉 수익률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를 알아보자.
이는 72의 법칙의 수식 변형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데, 즉 ‘72 나누기 기간은 금리’롤 변형하는 것이다. 결국 기간이 정해져 있을 때 자산이 두 배가 되는 데 필요한 수익률을 산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앞으로 6년 후에 결혼할 생각으로 그때까지 자산을 두 배로 늘리고 싶다면 72를 6으로 나눈 값, 즉 연평균 12%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4년 안에 두 배로 늘리고 싶다면 72를 4로 나눈 값인 18%를 매년 달성해야 한다.
기간을 넉넉히 잡아서 만약 10년 안에 두 배로 늘리고 싶다면 어떨까? 72 ÷ 10의 값인 7.2%가 되는 것이다. 즉 기간이든 수익률이든 구하고 싶은 값이 있으면 무조건 72에서 나누면 된다.
 

 
한편, 72의 법칙은 경제성장률 등을 예측할 때에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인도나 중국 등 신흥 시장에 관심을 갖는 전문가들이 72의 법칙으로 그 나라의 경제 규모가 두 배로 성장하는 때가 언제인지를 추정하는 것이다. 이렇듯 72의 법칙은 금리나 수익률, 경제성장률 같은 특정한 증가율에 따른 달성 시기를 추정하는 데에 유용하게 쓰인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72의 법칙은 단리가 아닌 복리가 적용되는 계산법이라는 점이다. 만약 매년 20%씩의 수익률을 달성한다면 보통 재산이 두 배 되는 시기는 5년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20% 곱하기 5년은 100%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단리로 계산한 것이다. 72의 법칙으로 계산하면 72를 20으로 나눈 값이 3.6년이 걸려 무려 1.4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바로 72의 법칙이 ‘단리’가 아닌 ‘복리’에 의한 계산법이기 때문이다. 복리는 이자에 이자가 붙는 계산법인 반면 단리는 최초 원금의 이자만 매번 지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산관리에서 72 법칙의 의미
그렇다면 72의 법칙은 자산관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먼저 부를 빠르게 축적하려면 적절한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고정금리가 지급되는 은행의 예·적금 상품은 안전한 만큼 금리가 낮아서 투자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돈이 모이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안전성에만 의존해서는 결코 빠르게 부를 획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부를 축적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다소의 위험성을 감수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투자 상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72의 법칙에서 보았듯이, 수익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돈이 불어나는 시간이 줄어든다. 따라서 요즘 같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의 자산관리는 안전성에만 치우친 고정금리 상품이 아닌, 주식이나 펀드 등 고수익 고위험의 투자 상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둘째로 꾸준히 재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72의 법칙은 기본적으로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를 적용한 계산법이다. 불어난 이자를 인출해서 써 버리게 되면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결코 빠를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즉 매번 발생하는 이자나 수익금을 다시 재투자할 때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증가된다는 이야기이다.
직장인의 경우라면 해마다 늘어나는 연봉의 일부분을 투자에 추가함으로써 복리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셋째하루라도 빨리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유일한 자산은 시간뿐이다. 그런데 복리에 있어서 시간이 갖는 힘은 가장 강력하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적은 돈이라도 하루빨리 투자를 시작할 경우에는 복리가 시간이라는 힘을 얻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돈을 불려 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투자할 여윳돈이 별로 없다고 하면서 계속 미루기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수 있다. 적으면 적은 대로라도 시작하고, 조금씩 차츰차츰 늘려 가면 되는 것이다.
 
넷째오랫동안 장기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투자해야 한다는 말은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돌려 얘기하면, 장기투자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당연히 복리의 효과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복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투자 수익률이 높아야 하는데, 이는 어느 정도의 위험을 떠안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된다. 가령 주식이나 펀드 등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의 경우,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위험을 떠안고 투자하게 되는 것인데, 이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으로는 장기투자를 통해 단기간의 가격 변동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다섯째자산관리에서는 목표 설정과 점검이 중요하다.
72의 법칙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간과 수익률과의 관계를 따져 보는 것이다. 즉 시간에 따른 수익률 계산이나 수익률에 따른 시간 계산을 할 때 간략히 사용할 수 있는 공식인 셈이다.
따라서 투자를 막연히 시작할 게 아니라 보다 분명한 목표, 예컨대 ‘5년 뒤 돈을 두 배로 불리겠다’,‘매년 10%씩 수익률을 달성하는 투자를 하겠다’하는 목표를 세우고 시작해야 한다. 분명한 목표 설정이야말로 좋은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72의 법칙은 자산관리나 투자를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내 자산이 얼마나 빠른 속도를 불어날 것인가, 또 그러려면 목표 수익률을 얼마로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72의 법칙을 목표를 설정하거나 점검할 때 사용하면 좋은 잣대가 되는 건 맞지만, 너무 빨리 돈을 불리고 싶은 마음에 수익률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 버리면 달성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칫 너무 많은 위험을 감수하다가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된다. 조급함을 버려라!
 
 
-50 어떻게 +100 되는가
 
혹시 ‘-50 = +100의 법칙’이라고 들어 보았는가?
이 법칙은 초보 투자자에게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알려 주는 공식이다. 얼핏 보기에 ‘-50과 +100이 같다고? 이게 무슨 공식이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요지는 이렇다.
예를 들어 주당 1만 원에 어떤 주식을 샀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만약 이 주식이 며칠간 급락해서 주당 5,000원이 됐다면 50% 하락한 셈이다. 이때 투자자들은 5,000원 떨어졌으므로 앞으로 5,000원만 더 오르면 본전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5,000원 오른다는 것은 50% 오르는 게 아니다. 5,000원 오르려면 100% 수익률을 거둬야 5,000원이 1만 원이 되는 것이다.
또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만약 90% 손해를 보면 900%가 올라야 본전이 된다.
 

이처럼 한 번 손실을 보게 되면 회복하는 게 정말 어렵다.
이를 봐도 손실 관리를 잘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따라서 떨어지는 주식은 손절매 원칙을 잘 지켜서 손실금이 급속히 커지지 않도록 싹을 잘 자르는 요령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50 = +100의 법칙’은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 필립 피셔 등 투자 대가들의 투자법과도 닮아 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손실을 싫어했는데, 그 이유는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것보다 돈을 잘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와 함께 앞서의 ‘72의 법칙’을 떠올려 보자. 돈을 한 번 절반 정도 잃고 나서 다시 돈을 두 배로 불려 원금을 회복하려면, 연평균 수익률을 4%라고 했을 때 무려 18년이 걸릴 것이다. 워렌 버핏처럼 수익률을 엄청 잘 올린다고 가정해서 20%라고 쳐도 3년 6개월이나 걸린다. 한마디로 엄청난 시간 낭비와 손실을 발생하는 것이다.
즉 애당초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워런 버핏은 투자 성공의 원칙 두 개를 꼽았는데, 첫째가 ‘돈을 잃지 마라’이고, 둘째가 ‘첫째 원칙을 잊지 마라’였다.
 
그럼에도 손절매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투자자들이 말로는 “손절매, 손절매”하면서도 잘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손실 혐오’본능 때문이라고 한다. 행동경제학자들에 의하면 사람들은 똑같은 액수라 해도 얻는 것의 가치보다 잃는 것의 가치를 훨씬 크게 느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현재 A 전자와 B 전자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C자동차의 전망을 좋게 보고 이 회사의 주식을 사기 위해 가지고 있는 두 전자회사 주식 중 한 회사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A 전자의 주식은 50%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B 전자의 주식은 50%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면 어떤 종목을 팔고 C자동차의 주식을 사는 것이 좋을까?
물론 어떤 종목을 파는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손절매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B 전자의 주식을 파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부분 A 전자의 주식을 팔고 B 전자의 주식을 쉽게 손절매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손실 혐오 본능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득에 의한 기쁨보다  손실에 의한 아픔을 더 기피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상승해 이익이 확정된 주식은 쉽게 팔아 버리지만, 하락해서 손실이 난 주식은 쉽게 팔지 못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결국 원금에 집착하기 때문에 손실이 나도 자르지 못하고 더 큰 손실을 부르고 마는 것이다. 또한 조금만 수익이 나도 눈앞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본능 때문에 더 큰 이익을 거두지 못하고 멈추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처럼 손절매를 잘 못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성공하는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단련시켜야 할 마음가짐인 것이다.
 
손해를 줄일  있는 방법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시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어떻게 하면 손해를 줄일 수 있을까?
손절매란 투자한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지 않고 오히려 손실이 나기 시작해서, 손해를 보고서라도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영어로 로스컷(Loss-cut)이라고 부르는데, 이 말에서 보듯 손실을 자른다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 더 큰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 싹을 자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손실 혐오 본능이나 기분 효과 등으로 투자자들은 손절매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기계적인 손절매이다. 이는 매수한 가격에서 얼마 이하로 떨어지면 미련을 갖지 않고 기계적으로 파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 전략가로 꼽히는 윌리엄 오닐의 경우, 8%의 손실이 발생하면 주저하지도 않고 손절매를 하였다. 오닐은 이 같은 원칙에 절대 예외가 없었다고 한다. 투자 기업이 획기적인 신제품을 개발했을 때도,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락한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오닐은 꼭 8%가 아니라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1~2%의 하락에도 손절매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오닐에 따르면 10% 손절매 원칙을 지키는 투자자가 있는가 하면, 이를 변형해서 일단 5%가 하락하면 보유 주식의 절반을 손절매하고, 10%가 하락하면 나머지 절반을 파는 그런 손절매 원칙을 강조하는 투자자도 있다고 한다.
반면 워런 버핏을 비롯한 가치 투자자들은 가격보다는 가치 훼손에 주목한다. 자신이 그 기업에 투자한 이유, 즉 기업 가치가 훼손되지 않았는데 가격이 하락한 것이라면 매도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히려 이때 추가 매수를 한다. 좋은 주식을 싼 가격에 쓸어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는 것이다. 이는 확실한 매입 근거가 있으므로 단순히 매입단가를 낮추고, 마이너스 수익률을 낮게 만드는데 급급한 이른바 물타기와는 확실히 다르다.
어쩌면 우리는 숨어 있는 손해를 애써 외면하면서, 이익만을 바라보는 건 아닐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말처럼 ‘돈을 잃지 않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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