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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건우 Mar 31. 2018

예금보험제도의 등장

예금보험제도의 등장
  
은행 위기가 빈발하자 위기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먼저 청산소에 금융위기 대응 기능을 부여했다. 청산소는 은행 간 자금 거래의 결제 및 청산을 위해 설치되었는데 은행들은 여기에 공동으로 여유자금을 모아 위기 시 어려움을 겪는 은행에 필요한 자금을 긴급 지원하게 했다. 1857년 설립된 뉴욕 청산소(The New York Clearing House)는 긴급 유동성 제공 수단으로 전 회원 은행들이 보증하는 증서를 활용했다. 처음에는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액면가가 큰 증서를 발행했지만 1893년 설치된 애틀랜타 청산소의 경우에는 지폐나 다름없는 소액 단위의 증서를 발행했다. 이는 사실상 법적 근거가 없는 화폐나 다름없었다.
  
청산소의 증서가 돈처럼 활용되자 의회는 1907년 금융위기 이후 알드리치-브릴랜드 법을 제정하여 이들 증서에 긴급통화로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는 동시에 청산소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다. 긴급통화를 발행하는 등 중앙은행의 역할을 담당하던 청산소는 훗날 연방준비제도 법이 제정되면서 그대로 중앙은행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오늘날 미국의 연준은 기존에 존재하던 청산소를 국유화한 것에 다름없다.
  
아울러 각 주는 은행들의 잦은 파산을 막기 위해 보통법(common law)에 따라 지분에 한정하던 주주 책임을 지분만큼의 금액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보상하도록 했다. 이 이중 책임제는 당초 상당수 주에서 시행되었으며 1863년 전국은행 법 제정 당시 전국은행에도 적용되면서 미국 대부분의 은행들이 이중 책임제를 도입했다. 이론적으로 보면 이중 책임제 하의 은행 경영자들은 유한책임을 질 때보다 은행 경영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실제적인 운영 결과를 보면 이 제도를 실시한 주의 은행 안정성이 그렇지 않은 주보다 더 높았던 것도 아니다. 그 이유는 이중 책임제를 도입한 주의 산업이 대부분 은행 위기에 지극히 취약한 농업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은행 경영자들이 신중하게 경영을 하더라도 구조적인 취약성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대공황 같은 대형 위기를 막는 데도 한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공황 때 1만 개가 넘는 은행이 파산하면서 이중 책임으로 수많은 개인 파산이 촉발되었다. 이것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대공황 이후 대부분의 주가 이중 책임제를 폐지했다.
  
이중 책임제와 더불어 은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예금보험제도가 도입되었다. 1933년 대공황 직후 전국적으로 시행된 예금보험제도는 잦은 금융위기로 금융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이미 각 주에 도입되어 있었다. 미국 최초의 예금보험은 1829년 설립된 뉴욕 주의 세이프티 펀드(Safety Fund)였다. 세이프티 펀드가 은행 평가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해서 위기 시 이를 받아 은행 예금의 보상을 실시했다면 1831년 설립된 버몬트 주 등 일부 주들은 위기가 발생하여 보상이 필요할 경우 공동으로 보상액을 분담하는 상호 보증 시스템을 운영했다. 하지만 이 예금보험제도는 1850년대를 거치면서 시들해졌다. 즉, 자유 은행업 시대의 도래로 은행권이 예금보다 널리 활용되면서 예금을 보장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졌으며 전국은행 법이 통과되어 주법은행의 은행권 발행에 세금을 물리자 많은 주법은행들이 전국은행으로 전환하면서 주정부의 예금보험을 적용받는 경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07년 금융위기 이후 각 주는 다시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한다. 일부에서는 예금보험제도가 은행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위험 투자를 조장하고, 그 결과 은행산업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반론도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주에서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 이중 책임을 동시에 규정했다. 
  
  
  
  
참고 자료
  
‘다모클레스의 칼’, 유재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2015
  
길건우 자산관리사(rlfrjsd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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