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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건우 Apr 01. 2018

명견만리

명견만리                

저자 KBS 명견만리 제작팀

출판 인플루엔셜

발매 2017.06.05.

명견만리              

저자 KBS 명견만리 제작팀

출판 인플루엔셜

발매 2017.06.05.




120세 쇼크

새로운 생애 지도가 필요하다
  
기대수명 플러스알파, 120세 시대가 온다
  
2009년 유엔이 ‘호모 헌드레드(Home Hundred) 시대’를 선포한 지 10년도 채 안 된 지금, 인간의 평균수명은 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를 내다볼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최빈 사망 연령이 92세를 돌파했다. 한 사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연령대인 최빈사망연령은 수명 증가 속도를 논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많은 생명과학자들은 가까운 미래에 이 최빈사망연령이 120세를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120세 시대는 자신과 상관없는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다. 토마스 하팅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는 지난 150년 동안 인간 수명이 매년 한 달씩 늘어왔으며, 아직 가지 그 추세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10년에 5세씩 늘어난다고 볼 수 있어요. 오늘 태어난다면 100세까지 살 수 있고, 120세까지 수명이 늘어나려면 40년은 기다려야 하겠네요.”
  
미래학자 안네 리세 키예르는 좀 더 빠른 2030년, DNA 생체 시계를 발견한 스티브 호 바스 교수는 2050년, 장수 유전자를 발견한 레너드 과렌테 교수는 2070년, 미국의 노화 전문 연구기관 벅 연구소의 고든 리스 고우 박사는 2100년이면 120세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의 예측대로라면 짧게는 15년, 길게는 80년 사이에 120세 시대가 열릴 것이다. 알파에 이지 시대가 먼 미래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120세 이상 살 것이라고 예측한 학자들도 있다. 스튜어트 김 스탠퍼드 의대 교수는 2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20년 전에는 게놈지도를 몰랐고, 10년 전에는 게놈을 수정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10년 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일을 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런 게 가능하다면, 200세 시대는 왜 안 되겠어요?”나아가 그는 가까운 미래에 신체 나이를 되돌려 죽음을 정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최첨단 과학과 의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그동안 자연의 순리로만 여겼던 노화와 한계수명에 대한 상식이 빠르게 깨져나가고 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노화를 막고 한계수명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장수국가 일본에서는 최근 105세를 넘은 초장수 노인들의 혈액 속에서 세포 방어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물질을 찾아냈다. 
  
도쿄도 장수연구소의 엔도 타다오 박사 연구팀은 초장수 노인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당사슬(sugar cahin) 구조에 주목했다. 당사슬은 면역 기능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우리 몸속 세포의 안테나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늘면 염증이 증가하는데, 초장수 노인들의 경우 약 105세를 지나면 당사슬 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며 염증이 완화되었다. 초장수 노인들의 뛰어난 면역 조절 능력, 즉 특정 당사슬이 질병을 예방하고 장수를 가능케 한다고 보고 있다. 
  
세계 첨단산업의 중심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21세기 판 불로초를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죽음을 정복하겠다며 노화 지연 연구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고, 2조 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페이팔의 피터 틸은 스스로 120세까지 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현재 자기 몸을 대상으로 수명을 늘리기 위한 특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자 분석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을 융합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다. 암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폐암 한 가지만 하더라도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폐암 한 가지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밝혀진 유전자 돌연변이 수가 2만 30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병의 양상이 환자마다 천차만별이어서 암을 다스리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수많은 돌연변이와 수많은 표적치료제를 매칭해, 각각의 연관관계를 빠르고 정확하게 밝혀내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 맞춤형 암 치료가 가능해졌다. 암 환자의 완치율 또한 증가하여 현재 열 명 중 일곱 명의 환자가 5년 넘게 생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인 암을 정복한다면, 120세 시대 또한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장수시대의 최대 위험요소인 치매를 정복할 날도 머지않았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 미니 뇌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은 아프올 10년 후 치매 예방 주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야말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류의 오랜 꿈이 눈앞에 다가왔다. 문제는 의학과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 속도에 비해 개인의 의식이나 제도, 사회 시스템의 변화는 너무도 느리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장수시대가 축복이기만 할까? 당장 은퇴 후 60년이나 남은 긴 시간을 대체 뭘 하며 살아야 하나, 의식주를 유지할 재산은 있나, 혹시라도 몸이 아프면 누가 나를 부양해줄까 등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비단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명 연장은 일자리, 의료 시스템, 복지,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어젠다이기 때문이다. 즉 알파에이지 시디에 맞게 사회적 개혁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세대 갈등, 연금 고갈, 재정 파탄 등 수많은 문제들을 겪을 수밖에 없다. 축복이어야 할 120세 시대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120세 시대라는 새로운 세상 앞에서 우리는 그리고 사회는 어떤 주비를 해야 할까?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장수혁명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지 함께 살펴보자.
  
‘늙음’에 대한 새 프레임 짜기 
  
일본 도쿄도 장수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977년 70세 노인과 2007년도 87세 노인의 체력이 같았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동시에 건강수명, 즉 질병이나 부상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통용되는 노인의 기준은 65세다. 65세 이전을 생산 가능인구, 65세 이상을 고령인 구로 분류하는 까닭이다.
  
65세가 노인이라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 기준은 1889년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이 노령연금 지급 기준 나이를 65세로 전한 데서 비롯됐다. 그런데 그때 당시의 평균수명은 49세에 불과했다. 100년도 훨씬 지난 시절의 낡은 기준을 지금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80세 생애 주기에 맞춰 인생을 설계해왔다. 즉 20대 중후반에 취업해서 30년 정도 열심히 일하다가 60세 전후로 은퇴한 뒤, 남은 20년은 편안하게 노후를 즐기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플러스알파 40년이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다. 과거 한 사람의 인생 전체와 맞먹는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만약 이 긴 시간을 기존의 프레임대로 ‘노인’의 틀에 가둬 버린다면, 우리는 고령화라는 덫에 걸리고 만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심각하게 낮은 출산율과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다. 지금처럼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로 고수한다면, 15년 뒤에는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고려자가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상태로라면 2050년에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0.14퍼센트로 뚝 떨어지고 국민연금 적립금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등, 생각만 해도 암담하고 두려운 무래가 펼쳐지게 된다.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래슷릿은 현대 사회에 새로운 인생 단계가 출현한다고 예측했다. 바로 ‘서드에이지(the third age, 제3연령기)’다. 이 새로운 시기는 유년기(제1연령기)와, 성인기 및 중간 경력직 일자리로 구성된 ‘제2연령기’를 지나, 의존적인 노년기(제4연령기)로 진입하기 전 단계다. 대략 중간 경력직 및 자녀 양육의 의무가 끝나는 시기인 중년기 이후부터 80세까지다.
  
레슬릿의 예측대로, 중년과 노년 사이에 아직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생애 단계가 출현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 시기를 ‘서드에이지’,‘서드 스테이지(the third stage)’,‘서드 챕터(the third chapter)'등 다양하게 부르고 있다. 그 이름이 무엇이든, 수명 연장과 건강수명 증가는 그 어느 깨보다 활력 넘치는 새로운 60대, 새로운 70대들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이미 중년은 지났지만 아직 노년에 이르지 않은, 새로운 시기의 첫 주민이다.
  
이처럼 새로운 인생 단계가 출현하는 것이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청소년기’도 20세기 초반에서야 만들어진 개념이다. 산업혁명 이후 사회·문화가 변화하고 노동시장 진입과 결혼 연령이 전반적으로 늦춰지면서, 아이도 성인도 아닌 새로운 인구가 등장했다. 이 새로운 인생 단계는 유년기와 성인기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대기실이자 의무 유예기간이었다. 청소년기 개념이 등장함으로써 많은 젊은이들이 노동으로부터 놓여나 조금 더 오래 교육받고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서드에이지 시기를 가장 먼저 맞이할 세대는 누구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인 지금의 5060 세대다. 곧 은퇴를 앞둔 이 세대들 대부분은 과거와 달리 자신에게 새롭게 주어질 긴 시간을 ‘휴식’이 아닌 ‘인생 2막’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보편적으로 갖고 있다. 정년퇴임을 해도 일은 계속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일로부터의 자유’라는 낡은 꿈이 아니다. ‘일할 수 있는 자유’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일’은 새로운 시기의 핵심이자 명백한 특징이 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장수시대의 ‘덫’이라고만 생각했던 고령화를 ‘문제’가 아닌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핵심 열쇠다. 은퇴한 고령자에게 일할 기회가 주어지면, 이들은 부양 받던 존재에서 부양하는 존재로 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저출산과 고령화를 하나로 묶어 대응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아이가 많이 태어나 젊은 층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고령자의 비율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는 데 있다. 1990년대에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70세 정도였다. 즉 60부터 70세까지 10년 동안만 부양 받으면 됐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 평균수명이 80세가 되었고, 부양기간 또한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났다. 저출산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도 경제활동인구의 부양 부담이 이미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문제를 출산정책으로 풀고자 한다면 우리나라 인구를 두 배, 세 배, 네 배로 늘려야 한다. 더욱이 출산율은 늘어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출산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저출산 문제는 그것대로, 고령화는 고령화대로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 
  
그렇다면 고령화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새로운 인생 단계인 서드에이지를 위한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서드에이지를 경제 활동 인구로 적극 활용하라
  
지금까지 우리는 대략 25세에 취업해서 40대에 최고의 성취를 이루고 55세쯤 은퇴하는 패턴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120세까지 늘어난 시간과 소요비용을 모두 감당하려면, 이러한 패턴의 경제활동이 한 번 더 필요하다. 즉 40대 후반부터 준비를 시작해 55세에 은퇴하기 전에 새로운 경제활동에 들어가서, 50대 중반에 경제활동의 정점을 찍고 75세에 은퇴를 하는 이모작 인생 설계가 필요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러시가 시작된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들을 부양세대로만 남겨둔다면 우리 경제는 지탱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1000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때, 고령화는 재앙이 아닌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아직 이 인적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은퇴 후 10개월 내 재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약 50퍼센트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일용직과 임시직이 절반이었으며, 안정적인 상용직은 27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90퍼센트 이상이 일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말이다. 일할 의욕, 일할 능력, 일할 필요의 조건을 모두 갖춘 이 베이비붐 세대를 방치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일뿐더러 사회 전체적으로도 엄청난 낭비다.
  
이모작 인생 설계는 개인의 고군분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젊은 시절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쌓았더라도 막상 은퇴하고 나면 나만의 실력을 발휘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전 국민이 이모작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국가 경제를 연령별 능력에 따른 세대 간 분업 시스템으로 바꾸자"라고 제안했다.
  
“이모작 그래프가 가능하려면 먼저 연령에 따른 직업의 재배치가 필요합니다. 사람의 능력이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논문을 통해 학계에서 증명된 정설입니다. 즉 새롭고 추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인 유동 지능은 20대까지 계속 발달하다가 그 이후 서서히 떨어지는 반면에, 획득한 기술, 지식, 경험을 사용하는 능력인 결정 지능은 20대 이후에 점점 더 높아지죠. 다시 말해서 젊은 시절에는 유동 지능이 뛰어나고, 나이가 들면 결정 지능이 발달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이모작 경제와 연결해 생각해보면, 청년기에는 활동적이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 고령기에는 연륜과 판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한다면, 성공적인 이모작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겁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젊어서는 유동 지능과 신체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공지능·게임·컴퓨터·회계·산업디자인·과학자·제조업 등 생산 분야에서 일하고, 나이 들어서는 결정 지능과 경험, 연륜을 활용할 수 있는 관리자·사무원·서비스직·교육 등 지원 분야에서 일하면 그 연령대의 능력을 최대한 실리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이모작 인생을 살아간다면, 국가 경제적으로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50세 이전의 청장년층은 일모작 직업에, 50세 이후 고령층은 이모작 직업에 종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나라의 총 잠재 생산성은 20.6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리고 이후 계속 증가 추세를 이어가 2050년의 잠재 생산성이 35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이모작 그래프는 세대 간 화합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수명연장은 일자리 경쟁을 초래해 세대갈등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젊은 층은 일모작 직업으로, 중년층은 이모작 직업으로 분업을 이룬다면 세대 간 갈등이나 충돌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OECD가 25개 회원국을 분석한 결과, 55세에서 65세의 고용률이 1퍼센트 포인트 증가할 경우 청년층의 고용률도 0.3퍼센트 포인트 증가했다. 즉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에 일자리로 인한 제로섬 게임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OECD에서 오랫동안 고령화 문제를 연구해온 수석 이코노미스트 안느 생 마땅도 젊은이들과 노인들은 서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상호 보완적인 노동인구라고 말한다. 
  
“OECD 국가들, 특히 유럽 국가들에서 지난 10년간 노인의 고용률이 의미 있게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로 젊은이들의 고용이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면, 노인의 고용률이 증가한 나라들에서 젊은이들의 고용률 역시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들은 같은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 같은 산업에 종사한다고 해도 말이죠. 결국 성장이 있고 고용이 증가하면 젊은 층과 노인층 모두에서 고용이 늘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둘이 서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120세 시대 재앙이 아닌 축복의 삶으로
  
인간은 자신의 수명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온 유일한 생명체다. 생명에 대한 강한 의지가 인류를 위협했던 수많은 질병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의지는 결국 과학의 진보를 이어졌다. 유전자 분석, 빅데이터, 나노기술 등 최첨단 과학과 의학 기술의 만남은 꿈에 그리던 120세 시대를 가능케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수명 연장은 장수에 대한 기쁨보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1년 조사한 ‘인생 100세 시대 대응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40퍼센트가 넘는 응답자들이 100세 이상 사는 삶을 축복이 아니라고 답했고, 60퍼센트 가까운 사람들이 80~89세까지만 살고 싶다고 답했을 정도다.
  
이제 우리는 120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생지도를 찾아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그 해법은 역풍이라 여겼던 은퇴인구를 새로운 인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이모작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끔 사회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개별적으로는 점점 성장하는 제3섹터에서 인생 2 막을 펼치는 것도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은퇴한 단카이 세대의 단 1퍼센트만 제3섹터에서 활동해도 일본은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일할 능력, 의지, 필요를 모두 갖춘 인재들이다. 이들이 제3섹터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갈 때 우리 사회도 진일보를 꿈꿀 수 있다.
  
이제 중년도 아니면서 노년도 아닌, 서드에이지라는 새로운 시기의 첫 주민인 베이비붐 세대에게 어떤 미래가 주어지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의 세대가 지금 그들이 처음 뚫는 길을 좇아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오랜 노력 끝에 이룩한 수명 연장이 우리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길건우 자산관리사(rlfrjsd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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